모바일 빅뱅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왔다. 혹자는 대다수 분야에서 이미 1등 기업이 정해져 더 이상 세상을 놀라게 할 스타트업이 나오기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에서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한 스타트업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미래 유망 스타트업은 어떤 시장에서 탄생할까? 해외 사례를 통해 새로운 유니콘이 탄생할 시장을 점쳐본다.

규모도, 성장성도, 사회적 가치 실현도 ‘탁월’… 중고 명품 시장을 주목하라!

요즘 중고거래 시장이 핫하다. 중고거래는 대표적인 불황 산업.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가 인기에 불을 질렀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을 견인하는 기업은 당근마켓, 번개장터, 헬로마켓 등 스타트업이다. 이중 당근마켓은 한 조사에서 ‘올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앱’ 9위에 오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쇼핑 분야로 한정하면 쿠팡에 이어 2위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 약 20조 원(중고차 제외)이다. 규모가 거대한 만큼 시장 분화가 충분히 예상된다. 이미 거래가 활발한 중고차 시장을 제외하고 다른 분야의 버티컬 서비스 등장은 예견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버티컬 시장에서 유력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을까.

미국 시장에 그 예가 있다. 주인공은 미국의 스타트업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이다. 201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더 리얼리얼은 명품을 사고파는 온·오프라인 중고거래 서비스다. 명품을 판매하고 싶은 사용자는 더 리얼리얼에 제품을 보내고 회사가 정품 여부 확인부터, 사진 촬영, 제품 등록, 발송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한다.

더 리얼리얼은 창업 후 10번의 투자 라운드에서 총 3억 5,800만 달러(약 3,893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2019년 6월에는 중고 명품 서비스 중 가장 먼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나스닥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17억 달러(약 1조 8,487억 원)로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2021년 1월 현재 시가총액은 17억 7,200달러(약 1조 9,275억 원)로 상장 당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명품 중고거래 서비스의 핵심을 정품 보장. 더 리얼리얼은 짝퉁 없는 명품 중고거래 서비스로 포지셔닝하며 급성장했다. 인공지능과 전문 인력으로 정품을 선별한다. 판매자 편의를 위해 모든 판매 과정을 대행하는 위탁 판매 전략도 주효했다. 뉴욕과 시카고 등 미국 6개 지역에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한다. 구매자는 매장을 방문해 직접 중고 명품을 확인하고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더 리얼리얼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3,090억 달러(약 336조 원)이다. 이중 중 명품 시장은 규모는 1,980억 달러(약 215조 원)에 달한다. 명품 시장은 지난 1996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6% 성장했다.

눈여겨볼 점은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채널 매출 비중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9년 12%에서 오는 2025년 25%로 성장할 전망이다.

트렌드와 소비를 주도하는 MZ 세대가 꾸준히 중고 명품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들의 유입으로 더 리얼리얼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발전한 2020년 3월 이후 더 리얼리얼 이용자는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다. 이중 MZ 세대 이용자는 37% 늘어났다.

경기 침체 영향에서도 자유롭다. 지난해 더 리얼리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루이비통, 구찌, 샤넬 순으로 나타났다. 저가 브랜드 대신 고가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더 리얼리얼에서 거래된 고가 주얼리 브랜드 제품의 판매량은 저가 브랜드의 22배였다. 핸드백은 고가 브랜드 거래량이 저가 브랜드 대비 2.4배 더 많았다.

기존 럭셔리 브랜드들의 중고 명품 시장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버버리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더 리얼리얼에서 재고 물품을 팔았다. 구찌도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더 리얼리얼에 온라인 전용관을 운영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럭셔리 브랜드의 중고 명품 플랫폼과의 협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무엇보다 명분이 좋다. 더 리얼리얼은 중고거래를 통한 환경 보호와 합리적 소비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2021년 완전한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할 만큼 ‘에코 프렌들리(Eco Friendly)’ 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에 재고를 모두 폐기처분하던 명품 업체 입장에선 환경 보호라는 명분 아래 새로운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 구찌는 더 리얼리얼과 함께 판매액의 일정 금액을 산림조성을 위해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런 거대한 규모와 높은 성장성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유망 시장인 만큼 국내 중고 명품 시장을 개척하려는 스타트업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유력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스타트업은 카카오벤처스가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한 ‘세컨핸즈’다. 세컨핸즈가 운영하는 중고 명품 온라인 커머스 서비스 ‘엑스클로젯’은 AI 기반 상품 인식 기술로 중고 명품 적정 가격을 산출하고 매입, 판매하는 서비스다. 최근에는 AK플라자에 중고 명품 자판기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고 명품 견적 산출과 전문 딜러 연계 서비스 ‘리셀그라운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해시브랜드’ 역시 지난달 한국벤처투자와 요즈마그룹코리아 등에서 시드 투자를 유치하고 시장 공략에 몰두하고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V-ON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작성자 : 정진욱 기자, 이슈M

정진욱 기자는, 전자신문 IT/벤처 취재기자 출신으로 ‘야놀자’의 콘텐츠본부장을 역임한 IT/스타트업 전문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