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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배반

2012-07-30 조회: 1,492

저자: John Cassidy(존 캐서디) / 출판사: 민음사 / 출판일: 2012-05-12

서문
1부 유토피아 경제학
1 경고에 귀를 닫는 ‘사회적 통념’
2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3 하이에크의 텔레커뮤니케이션 시스템
4 로잔학파의 완벽한 시장
5 지복(至福)의 수학
6 복음 전파자 밀턴 프리드먼
7 동전 던지기 모델 vs. 복잡한 금융 이론들
8 유토피아 경제학의 승리
2부 현실 경제학
9 아서 피구 vs. 존 케인즈
10 시장 실패 경제학
11 죄수의 딜레마와 합리적 비합리성
12 숨겨진 정보와 ‘레몬’ 시장
13 케인즈의 미인 콘테스트
14 ‘합리적 군중’에 대한 맹신
15 심리학의 재발견
16 하이먼 민스키가 경고한 폰지 금융
3부 이론과 현실의 충돌
17 그린스펀의 역설
18 부동산의 유혹
19 서브프라임 사슬
20 알파벳 수프
21 경제는 한마디로 인센티브의 문제
22 “런던 브리지 이즈 폴링 다운”
23 우리 시대의 사회주의
맺음말
우석훈 : 진짜 배신한 건, 경제학자들이다.

서평자

정문중 (국회예산정책처 행정예산분석과장, 서울대학교 경제학 박사)

서평

- 통제되어야 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금융시장
- 2008년 10월 미 의회 청문회에 2006년까지 약 20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출석하였다. 그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이제 체제경쟁은 끝났고 자본주의만이 역사의 최후 승리자라고 일부 학자들이 공언하던 바로 그 시대에, 자본주의의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의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던 사람이다. 그는 이 청문회에서 고뇌하는 모습으로 한달 전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 전후로 전개된 금융위기 사태는 잘못된 정책의 결과임을 시인하였다. 그리고 잘 작동한다고 믿고 있었던 자유로운 금융시장이 붕괴한 것은 자신의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는 충격이라고 술회하였다.
- 학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이론이 옳다고 믿는다. 그러나 어떠한 이론이 맞을 것이라는 논리적이고 선험적인 증거는 없다. 다만 “자신은 어떤 지적 영향에서 벗어났다고 자부하는 실용적 인간도, 이미 고인이 된 경제학자들의 노예인 경우가 많다.”(케인즈) 1960년대 이후 세를 확장한 시장주의자들은 인간의 합리성, 시장의 효율성, 그리고 시장의 안정성에 바탕을 둔 논리적이고 아름다운 이론적 현실을 구축한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조화로운 영역에 정부의 간섭이라는 교란항이 들어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린스펀도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었다. 그는 자유시장이 가장 좋기 때문에 금융부문도 역시 시장에 맡겨두어야 한다는 ‘유토피아 경제학’의 환상에 근거한 금융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는 1930년대 이후 최대의 금융위기라고 필자는 지적한다.
- 왜 환상인가? 금융시장은 군집생활을 하는 생물들과 같은 상호의존적인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정보의 비대칭성, 불확실성, 상호의존성, 모방행동, 재난불감증 등으로 점철된 시장에서 근시안적으로 생존게임을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파생상품들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곳에 투자하고 있는데 나만 투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수익률이 떨어지게 되어 시장에서 나만 퇴출된다. 다수를 추수하여 행동하면 생존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이러한 ‘합리적 비합리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합리성과 안정성에 기초한 ‘이상화된 자유시장론은 허구이며 낭만’이다. 이 점을 금융시장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비합리성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금융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이러한 요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였다.
- 금융위기의 원인이 정책실패에 있다는 점을 구명하기 위하여 저자는 ‘유토피아 경제학’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우선 필자는 제1부에서 경제활동의 유일한 지시자로서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역사적 흐름을 소개한다. 아담 스미스의 고전파, 하이에크의 오스트리아 학파, 왈라스의 로잔 학파, 프리드먼의 통화주의자,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론에 이르는 ‘유토피아 경제학’의 자유시장주의를 비판적으로 정리한다. 제2부에서는 ‘시장실패’ 현상을 논의하는 여러 입장들을 정리한다. 사회적 가치와 사적 가치의 괴리를 논한 피구, 케인즈의 구성의 오류론, 외부효과의 존재, 상호의존적인 게임이론,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발생하는 보험 시장과 중고차 시장에서의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대세를 추수하는 버블의 경제학, 재앙은 없으리라는 근시안적 불감증, 폰지현상들이 그 설명대상이다. 그리고 제3부에서는 1999년 제정된 그램-리치-블라일리법으로 은행규제가 철폐되고 2000년대 들어 미 연준이 금리를 급격히 떨어뜨리면서 배태되어 온 금융공황의 가능성과 현재화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 그러나 이 책은 시장의 기능을 부정하고 시장을 넘어서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원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그의 논의는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공공재나 게임이론에서 나타나는 시장실패에 대한 지적을 제외하면 자유주의적 금융시장 정책에 대한 비판에 한정되어 있다. 이 책은 독자의 관심 수준에 따라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금융위기의 드라마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서문, 제3부, 맺음말만 읽으면 된다. 현재의 경제문제와 복지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자 한다면 제2부도 매우 흥미롭다. 경제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는 독자는 제1부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대중적이면서도 전문적인 경제학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 우리나라도 1990년대 후반부터 외환위기, 저축은행사태, 주택버블 등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계속해서 겪고 있다. 이 책이 시사하는 바에 따르면 이러한 위기는 자유주의적 금융정책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