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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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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30 조회: 1,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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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함규진 /
출판사: 교보문고 /
출판일: 201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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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마키아벨리』
- 서문
- 1장 마키아벨리 사상의 이중성
- 2장 마키아벨리의 의도 -『군주론』
- 3장 마키아벨리의 의도 -『로마사 논고』
- 4장 마키아벨리의 가르침
- 『마키아벨리의 네얼굴』
- 들어가며
- 1장 외교관 마키아벨리
- 2장 군주의 조언자 마키아벨리
- 3장 자유의 이론가 마키아벨리
- 4장 피렌체의 역사가 마키아벨리
- 서평자
- 유재일 (국회도서관장, 대전대학교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정치학 박사)
-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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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신체제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었던 대학 초년생 시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은 당황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장에 있는 “운명은 여성이며, 만일 당신이 그녀를 지배하길 원한다면 그녀를 거칠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구절이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책의 앞 표지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마키아벨리의 초상화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악마같은 얼굴이라고 느껴져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책을 뒤집어 놓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내 정말로 악마같은 얼굴인가를 확인해 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앞면을 들춰 보았던 기억이 난다.
- 시간이 흘러 1987년 민주화운동이 만개했던 대학원 시절, 세미나 발제를 위해 그 책을 다시 읽어 보았다. 이번에는 그의 다른 책인 『로마서 논고』와 두 권의 해설서도 같이 보았다. 레오 스트라우스의 『Thoughts on Machiavelli』(1958)와 퀜틴 스키너의 『A VERY SHORT INTRODUCTION : MACHIAVELLI』(1981)였다. 책들의 앞 표지에 똑같이 있는 마키아벨리의 얼굴이 묘하게 느껴졌다. 뭔가 부드럽게 냉소하면서도 깊게 응시하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이런 상반된 이미지는 마치 행복함과 슬픔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신비스럽고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주는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마키아벨리의 초상화에 대한 이런 느낌의 변화는 세월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의 책 덕분인 것 같다.
- 스트라우스의 책은 『마키아벨리』로, 스키너의 책은 『마키아벨리의 네얼굴』로 근래에 번역되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를 “악을 가르치는 선생이다”, 그래서 “악인”임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과 같이 결코 과학자도 아니며 애국자도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입신을 목적으로 고전 전통을 왜곡한 소피스트이자, 전제정치를 옹호하고 양심과 공동선을 부정하며 신성을 모독하는 부도덕하고 반종교적인, 특히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함으로써 아메리카니즘에 반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스키너는 마키아벨리를 “인문주의 정치사상가”라고 보고, 그의 “비범”함을 설파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고전 전통과 동시대의 역사를 독창적으로 해석한 역사가이자, 영욕의 현실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와 정치도덕을 새롭게 봄으로써 근대의 문을 연 정치학자이며, 시대의 운명(fortuna)을 넘어서려는 애국주의자이자, 정치지도자의 덕(virtus)과 시민의 자유, 그리고 국가공동체의 제도(ordini)를 중시한 공화주의자라는 것이다.
- 이와 같은 논지를 볼 때, 마키아벨리에 관해 두 사람은 결코 화해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이상과 현실, 선과 악, 근대와 전근대, 과학과 철학, 정치와 도덕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과 이해가 너무나 상반되고 평행선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방법을 염두에 둔다면, 서로 간의 차이는 피할 수 없음을 이해할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어떤 철학자의 사상을 그 철학자 자신이 이해한 것과 완전히 똑같이 이해하기 위해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텍스트주의(textualism) 방법으로 독해한 반면, 스키너는 한 사상가의 사상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맥락과 같은 역사적 배경을 비중 있게 다루는 컨텍스트주의(contextualism) 방법으로 독해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매번 상반된 것은 아니다. 정치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마키아벨리가 열정(passion)과 사려깊음(prudence)을 중요한 덕목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다.
- 예나 지금이나 국가공동체의 이상이나 정치의 본령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아마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그 해답을 충분히 제시했으리라. 문제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통찰력에 대한 자부심과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 마치 제대로 읽어 봐라, 나를 마키아벨리스트라고 부르지 말아라고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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