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통해 인생과 성공의 의미를 반추하게 한 인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시청률 45%를 돌파한 이 드라마는 리더십의 여러 유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주인공 김탁구는 한국적 리더십의 전형이다. 이른바 긍정 마인드, ‘하면 된다’ 정신(can do spirit)의 화신이다. 첫사랑 유경과의 실연, 친모와의 생이별, 음모와 훼방 등 갖은 역경에 굴하지 않고 김탁구는 긍정 마인드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다. 구마준이 김탁구를 이길 수 없었던 이유는 단순한 ‘핏줄’의 문제가 아니다. 역경 극복 능력의 결핍 때문일 것이다.

이는 루스 스미스 교수가 말한 ‘회복 탄성 지수(Resilence Quotinent)’와도 통한다. 그는 일류 리더는 RQ가 높으며, 특히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도전성, 긍정적 태도가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마치 김탁구를 염두에 두고 한 말 같다.

하지만 ‘제빵왕 김탁구’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리더는 빵집 주인 팔봉 선생이 아닐까 싶다. 김탁구와 거성그룹 구일중 회장을 능가하는 팔봉 선생의 리더십. 비밀은 뭘까? 
 
우선, 그는 ‘찬란한 실패’를 통해 부하와 조직을 키워냈다. 팔봉 선생은 자신의 수제자를 가리기 위한 제빵 경합에서 이스트(효모균) 없이 빵을 만들라는 ‘말도 안 되는’ 과제를 던진다. 이에 김탁구의 라이벌인 구마준은 빵 반죽에 이스트를 첨가한 전분을 넣는 편법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한다. 여기에 “이 같은 독창적 레서피(제조법)를 내가 개발했다”는 거짓말까지 덧붙인다.

반면 김탁구는 유산균과 청국장 등 온갖 재료를 시도한 끝에 이스트 없이는 결국 제대로 된 빵을 만들지 못하겠다며 스스로 실패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제빵 기술의 가능성을 팔봉 선생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당신이 리더라면 어떤 평가를 내리겠는가? 팔봉 선생은 편법을 통한 성공(구마준)보다 다양한 실패를 통해 역량을 축적한 김탁구의 손을 들어줬다.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비즈스톤은 “극적으로 성공하고 싶으면 찬란하게 실패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리더의 말과 실제가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현장의 부하들은 실패를 두려워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실패로 인한 리더의 질책을 두려워 한다. 반면 팔봉 선생은 부하에게  ‘찬란한 실패’를 장려하고, 이를 통해 부하와 조직이 성장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했다.

팔봉 선생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구성원 장악 능력’ 때문이다. 장악은 신뢰와 통제라는 ‘양날검’을 통해 가능하다. 팔봉선생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부하를 신뢰한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종교의 영역이지, 경영의 영역은 아니다.

팔봉 선생은 자신의 제빵 비법을 담아놓은 발효 일지를 언젠가는 구마준이 훔칠 것을 예상한다. 그리고 자신의 비서(秘書)에 마준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라’는 미션이 담긴 편지까지 써놓는다. 부하가 어떤 행동을 할 지 리더로서 이미 꿰뚫고 사전 ‘통제’까지 행한 셈이다.

반면, 구일중 회장은 40년지기 친구이자 부하인 한 실장과 신뢰도 통제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한다. 급기야 구회장은 ‘진실’을 알아야겠다며, 자신이 혼수 상태에 빠진 것처럼 꾸며 덫을 놓는다. 하지만 음모를 음모로 잡는 방식은 최하수의 리더십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CEO 게리 켈리(Kelly)는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체크하기 위해 암행 감찰을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No)”라고 잘라 말한다. “비행기에 몰래 타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살피는 것조차 직원을 속이는 행위”라는 게 그의 설명. 이는 기본적으로 부하를 신뢰하되, 이 같은 신뢰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구조적인 통제를 잘 설계하는 게 리더의 몫이란 뜻이다.

한비자는 “군주는 (마음속으로) 신하와 100번의 전쟁을 벌인다”고 했다. 이는 군주와 신하가 항상 대립한다는 뜻이 아니다. 군주 입장에선 상생(相生)의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 없이 신뢰와 통제사이의 ‘고독한 외줄타기’를 한다는 뜻이다.

상상해 보자. 만약에 팔봉 선생이 거성그룹을 경영했다면 어땠을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드라마는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