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원~하다.”
서서히 끓어가는 물에서 느긋하게 반신욕을 하던 개구리는 그렇게 익어 죽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개구리는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물이 점차 따뜻해짐을 느낀 다른 개구리는 힘차게 냄비 밖으로 뛰었고, 이내 바닥에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기업은 성장해야 산다. 굳이 100 년 전 포춘 500대 기업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있는 기업이 몇 퍼센트라는 진부한 데이터를 들이밀지 않더라도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이 죽고 만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잡는 기업만이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꿈꾸는 초일류 기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변화의 흐름이 빠른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자고 일어나면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공룡기업의 위기설과 파산설이 들린다. 새로운 비즈니스와 혁신적인 제품으로 무장한 새로운 경쟁자들이 속출한다. 이들은 업종과 기업규모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 해당 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한다.

변화를 감지한 기존 기업들은 냄비 안에서 익어 죽는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몇몇 용감한 기업들은 M&A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두산을 보며 용기를 얻어 빅뱅식 M&A에 뛰어들거나,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다. 하지만 내가 쉬운 길은 남에게도 쉽다. 냄비 밖으로 뛰어내려 맨땅에 헤딩하는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에게 맞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끊임없는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인가?

첫 번째 요소,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라
한때 노트북 컴퓨터와 동의어로 불리던 IBM은 컴퓨터 제조 사업을 중국의 레노보(Lenovo)에 매각하고 컨설팅 회사로 변신했다. 전구를 개발한 에디슨이 만든 GE는 더 이상 가전제품 제조사가 아니다. GE캐피탈이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담당하는 금융회사다. 세계 최고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Amazon.com)은 이제 식료품에서부터 자동차 액세서리에 이르는 모든 제품을 취급하며 온라인에서의 월마트(Wal-Mart)를 꿈꾼다.

이처럼 기업이 기존의 핵심사업이나 전략을 새롭게 바꾸는 것을 재정의(redefine)라 한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정체에 이른 기업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핵심 사업이나 역량을 기반으로 인접영역으로의 확장을 꾀한다. 하지만 만약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효과(externality)로 인해 하루아침에 당신이 경쟁하던 산업 자체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타이밍 놓친 코닥, 순식간에 추락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한 순간에 무너져버린 세계 최고의 필름 제조사 이스트만 코닥(Eastman Kodak)의 사례는 우리에게 커다란 시사점을 준다. 1980년대 이후 급속히 진행된 디지털화와 IT 바람, 싸이월드와 같은 온라인 네트워크 커뮤니티의 태동. 이러한 시대적 흐름들이 디지털 카메라와 만나 일순간에 필름산업을 덮쳤다. 해마다 사진을 저장하는 디지털 카메라의 메모리 가격은 급속하게 싸지고 용량은 더 커졌다. 그 결과 대중들이 부담 없이 더 저렴하게, 더 많은 사진을 찍어서 디지털 카메라에 저장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사람들은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인 필름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됐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세계 4위 규모의 대기업 코닥은 그렇게 무너졌다. 1997년 95달러였던 주가는 2006년 26달러로 추락했다. 10년째 지속된 감원으로 직원들의 사기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2000년 이후 코닥은 부활을 꿈꾸며 사진을 ‘추억을 간직해주는 사업’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그 결과 디지털 이미지를 촬영, 가공, 인화, 전시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이미징(digital imaging)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월가를 비롯한 재계의 평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코닥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지금 코닥이 하는 행동을 보다 ‘적절한 시점’에 취했어야 한다. 1990년대 말 전성기의 영광을 되돌리기 위해 필름카메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시대착오적인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재정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적절한 타이밍’임을 알 수 있다. 너무 늦게 뛰는 개구리는 냄비 안에서 익어 죽고 만다.

두 번째 요소, ‘숨은 자산(Hidden Asset)’을 찾아라
냄비에서 뛰어내린 개구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냄비 안으로 안전하게 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어떤 냄비에 들어가야 다시 자리를 잡고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장 확률 높은’ 냄비는 찾을 수 있다. 그 비결은 이미 가지고 있지만 그 동안 간과되었던 ‘숨은 자산’을 활용하는 것. 알고 보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오래된 기업일수록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숨은 자산을 찾아내서 새로운 핵심역량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의 숨은 자산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핵심 사업 이외의 일을 담당하던 보조 조직이나 기술, 고객 데이터 분석에서 나오는 통찰력, 저평가된 핵심역량이 그것이다. 대규모 M&A나 급성장 산업으로 진출하는 전략의 성공률이 10%를 밑도는 데 반해 이들 숨은 자산을 활용한 재정의는 성공확률이 30~40%에 이른다. 하나씩 살펴보자.

▶숨은 자산 1. 알토란 같은 보조 사업
먼저 핵심 사업 이외의 일을 담당하던 조직을 키우는 전략이다. 아메리칸 에어라인(American Airline)은 승객들에게 보다 나은 항공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이버(Sabre)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온라인 티켓발급 서비스인 트래블로시티(Travelocity)를 런칭했다. 세이버는 현재 25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아메리칸 에어라인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보조 사업을 핵심으로 키우는 전략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특별한 상황에서 핵심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개발된 내부 부서였지만, 후에 보다 폭넓은 고객들이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는 이미 최소한의 고객 층을 확보하고 있고, 기존 핵심 사업과 비교적 가까운 영역이기 때문에 성공확률이 매우 높다.

▶숨은 자산 2. 고객의 마음을 읽는 통찰력
아마존은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재정의한 대표적인 사례다.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은 2004년 이후 광고를 멈추고 고객 데이터 분석 시스템에 투자했다. 그 결과 아마존은 어떤 고객이라도 두 번만 거래하면 선호도를 정확히 분석하여 고객의 입맛에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기에 이르렀다. 현재 아마존은 ‘고객 맞춤성’을 강점으로 제품 라인을 다양화하여 온라인의 월마트로 변신했으며 분기 매출 4조원, 성장률 30%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고객으로부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 ‘우리 회사의 진정한 핵심 고객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항상 던져야 한다. 이들 핵심 고객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변화를 읽으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만 새로운 기회가 나타났을 때 잡을 수 있다.

▶숨은 자산 3. 저평가된 핵심역량
마지막으로 저평가된 핵심역량의 대표적인 예로 애플의 디자인 역량과 유저 인터페이스(UI: 사용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게끔 만든 설계) 역량을 들 수 있다. 애플의 역량은 데스크톱 시절에는 각광받지 못했다. 그러나 MP3, 휴대폰, PMP 등의 휴대기기(portable device)가 보급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 작은 전자기기들은 다른 들고 다니며 쓰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면이 부각된다. 때문에 시선을 끄는 디자인적 요소가 중요해진 것이다. 게다가 작은 기계를 편리하게 다뤄야 하므로 UI가 중요해졌다. 이것이 최근 들어 애플의 제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물론 애플의 경우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으로 운이 좋았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자신이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기존의 전략과 사업을 버리고 환골탈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과 아이템 발굴을 위한 노력은 물론 내부 직원들을 설득하고 기존의 방식을 바꾸는 고된 작업이 필요하다. 어쩌면 지금까지 기업을 이끌어왔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핵심 조직을 없애야 할지도 모른다.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던 핵심 사업을 하루 아침에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궁극적으로 살아 남아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어려움들을 뛰어넘는 것은 전적으로 리더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