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 > 뉴스 > 도요타 ‘나쁜 기업’까지는 안 갈 수 있었다

# 원칙1. 24시간 안에 키메세지를 만들어라

당신의 회사에 치명적인 위기가 생겼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이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침묵’이다. 침묵의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 위기에 빠진 회사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호떡집에 불 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시공사인 동아건설은 사건 발생 4시간이 지나도록 어떠한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도 내 놓지 못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우리 회사가 만든 다리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무너졌다고 가정해 보라. 과연 어떤 회사가 허둥대지 않겠는가? 그동안 시간은 흘러가고 나쁜 여론은 무서운 속도로 확대 재생산된다.

또 다른 이유는 소위 ‘신중론’ 때문이다. ‘여론을 좀 더 지켜본 후 대응하지. 확실한 우리 잘못도 아닌데 괜히 나섰다가 완전히 죄인으로 찍히는 것 아니야?’ 이런 신중론은 ‘정보의 공백’을 낳는다. 여론은 위기를 맞은 회사에 관심이 많은데 정작 당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관심, 즉 정보의 공백은 누가 메울 것인가? 결국 ‘카더라 통신’ 또는 ‘경쟁 회사의 소식통’이 메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남에 의해서 채워진 정보는 우리 회사에 불리한 내용일 수밖에 없다.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24시간 안에 반드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첫 입장 표명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반드시 들어가야 할 세 가지 내용만 포함되면 충분하다. “첫째,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 둘째,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 셋째, 우리 회사의 잘못이라면 어떠한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 이처럼 간단한 메시지를 통해 ‘정보의 공백’을 메우고 우리 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그렇다면 도요타는? 도요타 사태는 보름 전에 시작된 게 아니다. 6개월 전, 렉서스를 몰던 일가족이 급발진 사고로 사망한 2009년 8월부터 도요타는 위기 상황이었다. 이때 렉서스 차체 결함 문제가 나왔지만 도요타는 침묵했다. 그리고 ‘렉서스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리고는 대량 리콜 사태가 터졌다. 만약 도요타가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직후 위 3가지 내용을 정리한 키 메시지를 빨리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나쁜 기업”이 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 원칙2. CEO의 등장 여부를 고민하라
위기가 터졌을 때, 기업을 책임지는 많은 CEO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직접 나서서 불을 끌 것인가, 기업의 얼굴인 만큼 상황을 지켜본 후 등장할 것인가. 이러한 딜레마는 당연하다. 두 가지 대응책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할 한가지 판단 기준이 있다. 바로 인명 피해와 관련이 있느냐다. 만약 사건이 인명과 관련된 이슈라면, 가급적 CEO가 사건 발생 직후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해명하는 게 좋다. 그래야만 대중에게 ‘이 회사는 고객의 생명과 안전을 소중하게 여기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렉서스 급발진 때문에 4명의 일가족이 사망한 2009년 8월 사고 이후 6개월 동안, 도요타 CEO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름 전 대량 리콜이 현실화 되고 비난 여론이 커지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사과성명을 들고 CEO가 나타났다. 사망 사고가 있고 6개월 동안 도요타는 ‘고객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는 회사’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CEO가 두 번이나 더 등장했지만 들끓는 사람들의 분노를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CEO의 적절한 등장이 회사를 살린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앞서 말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 동아건설 CEO의 사과였다. 당시 동아건설의 CEO는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끊어진 다리를 쳐다보며 비통함과 사과의 마음을 진실되게 전했다. 이 장면을 본 국민들의 마음 한 켠에선 동아건설에 대한 분노와 함께 연민도 생겨났다. 결국 그렇게 많은 사상자를 내고도 CEO는 구속을 면하고 ‘나쁜 회사’라는 이미지를 피할 수 있었다.

# 원칙3.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CAP Rule을 활용하라

CEO가 등장해 급한 불을 껐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공식 기자회견 등을 통해 회사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때 사과 성명을 어떻게 발표하느냐에 따라 위기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잘못된 사과 성명은 “사고 쳐 놓고 미안하다면 다냐?”라는 등과 같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도요타의 사과 성명이 그랬다. 사고 발생 한참 후에 등장한 도요타의 CEO는 시종일관 “죄송하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 수습하겠다”는 추상적인 사과로 일관했다. 하지만 도요타의 고객들은 그러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좋은 사과 성명은 어떻게 써야 할까? 위기관리에는 CAP Rule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원칙이 있다. 사과 성명의 30%는 “사과의 말(Care&Concern)”을, 60%는 “앞으로 취할 행동(Action)”을, 10%는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Prevention)”는 말로 구성해야 대중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파트는 행동(Action)이다. 구체적인 Action 제시가 부족하면 사과 성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CAP Rule에 따라 도요타 CEO의 사과 성명을 보면, 구체적인 행동(Action)이 너무 부족했다. 60%를 차지해야 하는 행동이 빠진 사과 성명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리콜 및 보상 방식과 절차 등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언급이 필요했다. 결국 CAP Rule을 충분히 따르지 않은 도요타 CEO의 사과 성명은 내용이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 원칙4. 소셜 미디어로 대중과 소통하라

트위터(twitter)가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은 다 아는 이야기다. 유튜브(youtube)를 통해 평범한 아이였던 정성하 군은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타 연주를 들려주며 기타 신동이 됐다. 이런 상황에 아직도 언론 보도자료와 기자회견만으로 위기관리를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로 위기관리를 하라”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젓는다. 위기가 터진 이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쁜 기업”이라는 내용을 소셜 미디어 곳곳에 뿌려놓았을 텐데,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기름통을 메고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소셜 미디어의 특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오해다.

트위터나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새로운’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생각과 ‘다른 이야기’에 더 큰 흥미를 보인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모두가 나쁜 기업이라고 말할 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대응책은 무엇인지”를 기업에서 직접 해명하며 소통하려 한다면, 그것이 ‘새로운’ 이야기 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위기를 벗어난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저가항공사인 제트블루(JetBlue)다. 제트블루에게 2007년 겨울은 끔찍했다. 폭설로 인한 결항에 피해를 본 승객 두 명이 1분짜리 동영상을 찍어 블로그에 올린 것. 결과는 엄청났다. 회사는 창사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때 제트블루 CEO는 자사 실수를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3가지 노력을 메시지화한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결과는? 사람들은 그 동영상을 자신들의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기업 이미지는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었다.

도요타도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유튜브와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짐 렌츠 도요타 미국 법인장은 리콜 사태가 벌어진 직후 미국 유튜브에 ‘도요타가 말하는 밀리는 페달 문제’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서 렌츠 법인장은 1분 이상을 진심 어린 표정과 함께 깊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도요타 리콜 사태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서비스 진행과정 및 수리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트위터에도 사과와 함께 보상 관련 정보를 담은 메시지를 올려 대중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이 같은 도요타의 적극적인 소셜 미디어의 활용은 좋은 전략이다. 하지만 일본 본사가 아니라 미국 법인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소셜 미디어가 도요타의 진정한 구원투수가 되려면 본사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이미 판에 박힌 언론보다 살아 움직이는 소셜 미디어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 원칙5. 위기는 끝난 후가 더 중요하다
위기관리는 사건 종결과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건이 ‘끝난 후’이다. CEO의 노력, CAP Rule을 활용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문제가 잘 끝났다면 이제 “끝났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좋은 일도 아닌데 그냥 조용히 지나가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 종결을 알리지 않아 크게 낭패 본 기업이 많다. 과거 공업용 우지 파동으로 고초를 겪은 A라면의 경우가 그렇다.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소비자들에게 무죄라고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시장점유율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A라면이 무죄임에도 큰 타격을 받은 이유는 소비자 ‘마음 속’에 아직도 유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뉴스보다는 부정적인 뉴스에 더 반응한다. 부정적인 뉴스를 마음 속에서 지우기가 생각 외로 어렵다는 뜻이다.

부정적인 뉴스를 소비자의 마음 속에서 깨끗이 지운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펩시콜라다. 1993년 펩시콜라 안에 주사기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에이즈가 사회 문제로 떠들썩하던 때라 미국 전역으로 공포감이 확산됐다. 결국 펩시의 잘못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펩시는 이번 위기 극복이 소비자의 끊임없는 신뢰였다는 의미로 신속히 ‘Thanks Americana’ 캠페인을 실시했다. 위기가 끝난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한 달간 실시한 것. 캠페인 덕분인지 펩시는 위기 후 오히려 기업이미지가 좋아졌다. 위기 후 실시한 기업 이미지 조사에서 소비자의 75%는 ‘펩시가 더욱 좋아졌다’고 답했다.

도요타의 위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 후 위기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사건이 끝난 후에도 위기관리는 지속돼야 한다. 사건 종결 후 소비자의 마음 속에서 부정적인 뉴스를 완전히 지울 수 있는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손꼽히던 도요타를 사람들이 다시 사랑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 에필로그
대중은 의외로 관대하다. 비록 물의를 일으켰지만 그것이 한번의 실수나 운이 나빠 발생한 것이라고 이해된다면 쉽게 용서하고 잊는다. 하지만 ‘나쁜기업’ 으로 찍히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래서 위기관리의 목적은 간단하다. 바로 위기에 빠진 기업을 ‘Good guy in misfortune(좋은 사람이지만 운이 나빴다)'으로 만드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이미 사건은 터졌고,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이 때 나쁜 회사(Bad Guy)가 아닌 착한 회사(Good Guy)지만, “운이 나빠 위기에 빠진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평판을 무너뜨리지 않고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자, 당신 기업의 위기 관리 능력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