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홍대 미화원 아주머니와 경비원 아저씨들을 옹호하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http://blog.daum.net/yiyoyong/8933623) 그 후 그 분들을 어떻게든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호주머니 털어서 요란하게 돕는 건 제 체질이 아니었습니다. 그 일에 어떻게 하면 남들을 더 끌어들일까가 제 관심사였습니다. 같이 도와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혼자만의 보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은 월향 식구들과 함께 돕고 싶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둘이 최근 월향을 비하하는 것을 듣고 제가 충격을 좀 받았거든요. 저로서는 그 일이, 월향 식구들이 지난해 이 맘 때쯤 가졌던 초심을 잃었다는 상징처럼 보였거든요. 물론 이번에 터무니없는 불평불만만 늘어놓아 분위기를 흐린 식구들은 초창기 창업 멤버들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직장 경험이 전무한 초보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렇잖아도 요즘 월향 분위기가 ‘파이가 좀 커진다 싶으니까 서로 포크부터 들이대는’ 형국이거든요. 파이를 크고 먹음직스럽게 구워서 여럿한테 나누자는 거였는데. 그 초심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 해서 못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월향을 세우던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식구들에게 하소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엄동설한에 본의 아니게 노숙자 신세로 전락해버린 홍대의 아주머니·아저씨들을 돕자고 했던 겁니다.

트위터로 이런 고민을 나눈 덕인지, 월향에서는 두 차례나 홍대 미화원 아주머니들 관련 모임이 열렸습니다. 그 분들을 돕기 위한 바자회가 끝나고 뒷풀이가 열렸고요. 평소 월향을 아껴주시는 젊은 트위터리안들 모임인 ‘월향당’ 모임도 열렸습니다. 물론 아직 혈기 왕성한 시기라 막걸리 몇 잔 드시고 세상사 논하는 과정이 부드럽지만은 않았습니다. 고성이 오가기도 했고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죠. 그래도 그럴 수 있다는 열정 하나만은 부럽기 그지없었습니다. 두 모임을 끝내고 나니 얼마간의 돈이 모였습니다. 이 돈으로 월향 식구들이 도울 최선의 방법이 뭘까를 고심했습니다.

트위터 동료들에게 자문을 구하자, 누군가 그 글을 김여진씨에게 리트윗하셨던가 봅니다. 아시다시피 영화배우 김여진씨는 가장 적극적으로 홍대 사태 해결을 주도하고 계신 분입니다. 그 분께서 바로 답을 해주셨더군요. ‘홍대 미화원 아주머니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핫팩(손난로)과 밑반찬입니다.’ 워낙 찬 데서 숙식을 해결하다 보니까 추위와 허기가 가장 힘든가 봅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주방 식구들과 협의를 했습니다.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밑반찬이 뭐가 있나 하고. 메뉴를 정하자마자 저희 식구들과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했습니다.

핫팩은 생각보다는 대량으로 구매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희가 주로 장을 보는 농협 하나로마트에 문의를 하자, 별 걸 다 찾는다는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몇 군데를 더 수소문 한 끝에야 간신히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다 ‘군납품 대량생산 업체’라는 글귀에 눈이 번쩍 뜨였거든요. 군대 다녀온 대학 선후배들이 겨울철 훈련과 핫팩에 대해 하는 얘기를 귀가 닳도록 듣곤 했으니까요.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도 이틀은 걸린다더군요.
그러다 문득 핫팩의 작동 원리가 궁금해졌습니다. 이공계 출신인 제 이력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기한 물건만 나타나면 어떤 원리인지를 뜯어보곤 하는 습성이 여전하거든요. 핫팩은 대체로 두 가지 유형이었습니다. 하나는 흔들면 열이 나는 종류고, 또 다른 부류는 꺾어서 쓰면 열이 나다 점차 딱딱해지는 것입니다. 다시 쓰려면 다시 뜨거운 물에 넣어야 하는 것은 두 번째 유형입니다. 일명 똑딱이 핫팩이라고도 하죠. 앞의 것은 철의 산화 작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핫팩 안에는 고운 철가루의 산화작용을 돕는 물질들이 들어 있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젤 상태의 과포화용액을 금속판 안에서 구부려 압력을 가하는 방식입니다. 이 때 과포화용액이 결정화 되면서 열이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고 보면 화학적 원리를 이용했지만, 어느 것 하나만으로 열을 내는 것은 없었습니다. 여럿이 서로 작용을 해 누군가에게 추위를 견딜 온기를 제공해주는 것이죠. 밑반찬은 조리가 끝나는 대로 홍대로 실어날랐지만, 핫팩은 모레쯤 물건이 도착하는 대로 전달할 생각입니다. 월향 식구들이 밑반찬과 핫팩을 갖다 주면서 핫팩의 원리를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럿이 화학 작용을 일으켜야, 비로소 추위를 견딜 온기를 제공해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