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 > 뉴스 > 기업들이여, 이효리와 강호동을 닮아라!

우리는 왜 이효리와 강호동에 열광할까?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시청자들은 텔레비전 앞에 모여든다. 우선 SBS의 ‘패밀리가 떴다’를 보고, 바로 채널을 돌려서 KBS의 ‘1박 2일’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전국에 수백만 명은 될 것 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지금은 바뀌었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 ‘패밀리가 떴다’에는 이효리와 유재석이 등장했고, ‘1박 2일’은 강호동과 MC몽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다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왕자나 공주 같은 꽃미남이나 꽃미녀가 아니다. 섹시한 이미지로 처음 연예계에 등장했던 이효리는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나온다. 억척스러운 주부처럼 온갖 요리를 하고, 진흙탕에서 뒹굴면서도 승부를 위해 경쟁하고, 다른 여자 연예인이 게스트로 등장하면 질투도 한다. 유재석은 어떤가? 허름한 츄리닝 바지를 입고 말을 더듬으면서 진행을 한다. 약간 비실비실 하면서 실수도 종종 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도 있지만, 은근히 놀리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1박 2일’의 강호동과 MC몽도 별반 다르지 않다. 누구나 다 아는 쉬운 구구단 문제도 자주 틀려서 밥을 굶기도 하고, 경쟁에 이기기 위해 남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심술궂은 모습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주 ‘패밀리가 떴다’와 ‘1박 2일’을 보면서 울고 웃는다. ‘꽃보다 남자’, ‘아이리스’, ‘선덕여왕’에 아무리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남선녀들이 등장해서 멋진 연기를 펼쳐도 ‘패밀리가 떴다’와 ‘1박 2일’처럼 한국 문화의 한 조류가 될 만큼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도대체 어떤 점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그것은 ‘패밀리가 떴다’나 ‘1박 2일’의 이효리나 강호동,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이 나 자신 또는 친근한 우리의 이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효리와 강호동의 인간적인 모습, 아침에 잠이 깨어 화장 안 한 얼굴로 눈을 비비면서 뛰쳐나오는 수수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아, 이효리와 강호동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우리와 똑같이 밥을 먹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남의 성공에 배 아파하고, 남의 아픔에 울어주기도 하는 인간이구나’ 하면서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다. 유재석이나 강호동, MC몽 같은 유명한 등장 인물들이 평범한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서 일을 하고, 쇼핑을 하고, 시골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위해 공연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적인 정까지 느끼게 된다. 그것이 바로 ‘패밀리가 떴다’와 ‘1박 2일’의 성공 비결이다.

방송 프로그램과 연예인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기호도 ‘1박2일’을 좋아하는 시청자의 것과 다르지 않다.

못생긴 인형과 평범한 사람이 등장하는 화장품 광고
‘마텔(Matell)’사가 만드는 바비 인형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인형이다. 필자의 딸도 어렸을 때 ‘치어리더 바비’, ‘백설공주 바비’ 등등 여러 개의 바비 인형을 산 뒤 드레스를 따로 구입하여 갈아 입히면서 놀곤 했다. 바비는 금발머리에 오똑한 코, 팔등신 체구를 가진 서양 최고의 미인이다. 아이들은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바비와 자신을 동일시 했을 것이다. 즉 바비는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님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바비 인형의 시장점유율이 예전같지 않게 됐다. 바비 인형의 아성을 점점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은 놀랍게도 ‘양배추 인형(cabbage doll)’과 ‘아메리칸 걸(American Girl)’ 시리즈 인형이었다. 양배추 인형은 양배추처럼 얼굴이 뚱뚱하고 못생긴 인형이다. 아메리칸 걸 시리즈의 인형들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의 인형들이다. 아메리칸 걸 시리즈 인형은 백인 미녀만이 주인공이 아니라 남미계 이민자, 흑인, 미국 인디언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인형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인형들에 현대인들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자신이 넘볼 수 없는 미인 인형만을 가지고 노는 게 아니라 자신과 비슷하거나 자신보다 못한 인형을 더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아메리칸 걸 인형의 매출액은 바비 인형을 앞지르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 격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런 기세에 놀란 마텔사는 마침내 1998년 아메리칸 걸 시리즈 인형을 만드는 플레전트(Pleasant) 사를 거액을 주고 M&A하여 자회사로 삼았다. 그리고 회사의 이름도 아메리칸 걸로 바꿔 버렸다. 현재 아메리칸 걸 사는 인형뿐만 아니라 책이나 옷 등도 판매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화장품 회사 도브(Dove)의 경우도 소비자의 이러한 심리를 광고에 적용했다. 엄청난 광고료를 받는 최고의 미녀들이 등장하는 화장품 회사의 광고들은 여심을 자극한다. ‘저 화장품을 바르면 나도 저만큼 예뻐질 거야’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지 최고의 미녀가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도브는 2004년 갑자기 ‘Real Beauty’ 시리즈라는 광고를 통하여 평범한 여성들을 광고 모델로 등장시켰다. 이들 여성들은 대부분 광고회사와 사진작가가 영국 런던의 길거리에서 만난 여성들 이었다.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광고도 나왔다. 날씬한 모델이나 배우가 나오는 광고가 아니라 평범한 이웃의 여인이 나오는 광고를 만든 것이다. 도브는 이 광고에 등장하는 평범한 여인들을 ‘도브의 미녀들(Dove Beauties)’라고 부르면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제일 아름다운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광고에서 도브는 빼빼 마른 미인보다 자연스럽고 건강한 몸매를 가진 것이 더 좋다면서, 자신의 몸을 존중하자라고 주장했다.

이 시리즈 광고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어, 도브의 매출액과 인지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즉 미녀에 식상한 사람들은 이제 미녀가 아닌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에게 더 큰 반응을 하는 것이다. 평범한 이웃 주부가 나타나서 하는 이야기를 더 신뢰하는 추세가 나타난 것이다. 도브는 1급 여배우를 광고모델로 내세우지 않아서 수십억 원 이상의 광고비를 절약했으며, 또한 매출액도 신장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누린 것이다. 이에 더하여 도브의 광고 사례는 2008년쯤부터는 마케팅 대학교재에 사례로 등장할 정도까지 됐다. 톡톡히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부정적 뉴스를 공시하지 않는 한국 기업
이렇듯 ‘솔직 담백한 평범함’에 더 반응하는 사회 인식의 변화를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따라 잡지 못하는 것 같다. 기업들의 공시(公示) 경향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앵무새처럼 ‘신기술 개발’, ‘신사업 투자’, ‘이익의 증대예상’, ‘새로운 혁신’ 등의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런 기업의 공시를 잘 믿지 않는다. 천편일률적으로 모두 ‘매수’ 의견만 발표하는 애널리스트들의 투자 보고서도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

동화 속의 왕자님 같은 완벽한 남자 주인공과 천사 같은 마음씨와 미모를 가진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이 아는 것처럼, 기업들이 발표하는 이런 멋진 뉴스들이 모두가 다 사실은 아니라는 것을 투자자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계속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뉴스들을 공시해도 투자자들은 그 공시내용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상당한 수준의 과장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고 발표한 뉴스 내용 중 반만 믿는다고 한다. 따라서 아무리 긍정적인 뉴스가 있어도 기업의 주가는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되게 된다. 반대로 부정적인 뉴스가 있다면 투자자들은 실제 상황은 발표된 것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추측한다. 소위 ‘코리안 디스카운트’ 가 생기는 이유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간단하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뉴스도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즉 이효리와 강호동이 그러하듯이, 기업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솔직하게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준다고 투자자들이 인식하게 되어야 비로소 투자자들이 기업의 공시를 신뢰하게 된다. 단지 실적공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적이 변한 이유가 무엇이며 앞으로의 사업계획이 어떻다는 등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부정적인 뉴스가 있을 경우, 투자자의 우려를 잠재우려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책들에서는 위기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현재상황의 요약과 반성(care and concern)이 약 30%, 앞으로 취할 행동(action)에 대한 설명이 약 60%,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발방지책(prevention)에 대한 언급이 10% 정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를 간단히 CAP 규칙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단순한 부정적인 실적 공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행동계획(action plan)을 실천해서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등의 자세한 내용의 설명이 필요하다, 이런 내용들이 공시내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를 보면 부정적 뉴스를 공시할 때 공시하는 정보의 양이 긍정적 뉴스를 공시할 때 보다 상당히 늘어난다고 한다.

이렇게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경우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그 결과로 투자자들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그 결과 기업의 자본비용이 낮아지게 된다. 쉽게 표현하면, 기업이 더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고, 배당을 적게 지급해도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의 공시행태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2000년대 한국 기업의 공시내용 중 긍정적인 뉴스가 55%로 과반수이고, 부정적인 뉴스는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중립적인 뉴스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도 1980년대 초반 까지는 현재의 한국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즉 기업들이 공시하는 뉴스의 대부분이 긍정적인 뉴스였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이런 추세가 점점 변하기 시작해서 부정적인 뉴스의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말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뉴스의 공시가 더 많아졌다. 모든 기업은 아닐지 몰라도, 상당수의 미국 기업들은 이제 뉴스의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중요한 뉴스가 있으면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이를 알리는 것이다.

물론 중요한 뉴스를 알리지 않거나 거짓말을 한다면 철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미국의 법률적 환경도 이런 추세에 공헌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보수적인 입장에서 부정적인 뉴스를 더 자세히, 그리고 자주 공시하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공시내용 중 부정적인 뉴스가 50% 이상, 긍정적인 뉴스가 30% 정도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기업을 신뢰하고, 기업이 하는 말을 믿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단점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기업이 신뢰받는다
인간관계도 똑같다. 자기가 똑똑하다며 잘난 체만 하는 사람을 우리는 좋아하지 않는다. 텔레비전의 대담이나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게스트의 말을 수시로 끊고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진행자들이 있다. 일부 매니아 팬이 생기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런 진행자를 마음속 깊이 좋아하지 않는다. 똑똑하지 않고 실수도 종종 하지만 남의 말을 경청하고, 게스트의 말에 같이 마음 아파 눈물 흘리거나 흥분하기도 하는 오프라 윈프리가 최고의 대담 프로그램 진행자로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무릎팍 도사’를 진행하는 강호동도 바로 이런 유형이다.

너무 잘나서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깐깐한 사람보다는, 술 마시고 실수도 하며 같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출 줄 알면서 고민거리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더 사랑한다. 즉 우리는 너무 잘난 사람보다 약간 결점을 가지고 있는 보통사람, 또는 결점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을 마음속으로 더 사랑한다. 한국 기업들도 이제 이런 사회의 추세를 정확히 알고 경영에 적극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왕자와 공주처럼 기업의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기업들은 이런 역발상의 지혜도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모든 기업이 다 장동건이나 이병헌이 될 수도 없으며, 김연아와 김태희를 모델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종학 서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