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M: 최근 원자재 가격 변동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부장(이하 오정석): 올해 들어서 원자재 가격이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4월까지는 국제유가를 비롯해서 구리, 알루미늄, 니켈 등 기초금속 가격들이 큰 폭으로 올랐었죠. 그 배경을 살펴보면 전세계 경기회복세가 가속화 될 거라는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작용을 했고, 중국의 원자재 비축 수요도 한몫 했습니다. 그러다 5월 들어서 유로존 위기가 심화되면서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어 투기성 자금들이 단기적으로 이탈하고 달러 강세까지 겹쳐지면서 5월 들어서만 국제 원자재가격이 20% 가량 하락하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IGM: 원자재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이 여러 가지일 텐데요.
오정석: 원자재는 기본적으로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자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기변동과 달러 가치에 따라 움직입니다. 최근 들어 유로존 위기로 달러가 강세이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달러가 계속 약세를 보였기 때문에, 그것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고요.

또 한 가지 2000년대 이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IT 버블이 꺼지면서 원자재가 단순한 실물자산이 아닌 하나의 금융투자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해 원자재 쪽으로 헤지펀드 뿐만 아니라 투자성향을 지닌 연기금, 개인투자자 등 많은 금융 투자자금들이 유입 됐습니다.

또 한 가지는 중국의 역할을 꼽을 수 있는데요, 중국이 고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원자재 수요와 소비가 늘어 원자재 블랙홀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기초금속 같은 경우는 전세계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원유도 전세계 수요 증가분에서 중국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IGM: 원자재값 변동이 상당히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데요,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오정석: 사실 원자재 가격은 기업 입장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아무래도 가격,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데다 상승분을 가격에 전부다 반영하기도 어려워서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이슈라고 볼 수 있거든요. 덧붙여 요즘 원자재 가격은 소위 말해서 ‘출렁거림’을 반복하고 있어서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상당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결국 관련 리스크에 대한 헷지 전략을 충실히 세우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주로 선물시장을 이용하게 되는데, 거래 투명성, 카운터파티 리스크(거래 상대방의 위험), 크레딧 리스크 등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을 해야 하는 구매 담당자 입장에서도 그렇고, 전사적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IGM: 리스크 헷지할 때에 주의할 점이 있다면?
오정석: 리스크 헷지와 관련된 비용을 보험의 성격으로 이해하는 게 첫 번째 입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비용 관점에서 접근하는 오류를 범해 투기처럼 헷지하는 케이스들이 있습니다. 과욕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2008년에 미국의 에너지그룹인 샘그룹이 과도한 헷지 끝에 파산을 했습니다. 헷지할 때 제일 중요한 게 헷지 비율을 지키는 것입니다. 샘그룹은 헷지를 많이 해둔 상황에서 가격이 거꾸로 움직이는 바람에 파산하게 됐죠. 기업들은 이런 여러 가지 기업 사례들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공부하셔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IGM: 제조업의 경우에 특히 가격변동에 민감한 편인데요. 어떤 면에 유의해서 흐름을 보는 것이 좋을까요.
오정석: 전문가들의 과거 경험이나 축적된 지식을 활용해서 현재 시장상황을 판단하고 자문을 구하는 게 첫 번째 순서라고 볼 수 있구요. 두 번째는 금융시장 동향을 민감하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 기업 입장에서도 국제시장의 흐름이라든지 동향, 전망을 미리 파악해서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자재라는 게 단순히 실물자산이 아니고, 주식이나 채권, 외환과 같은 금융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상당히 국제금융시장 흐름에 민감히 반응을 하고 있습니다. 실물자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던 때에는 원자재가 경기에 동행 내지는 후행 하는 성격이 있었는데, 2000년대부터는 원자재 가격 자체가 경기 선행지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관련 부분을 전문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전담자 또는 전담부서를 설치할 필요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국제금융센터에서도 보고서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으니 이용해 보실 수도 있습니다.

IGM: 원자재 시장에 투기세력이 많이 진입해서 규제 움직임이 있었는데요.
오정석: 변동성의 부분이 투기세력하고도 관련되는 부분이거든요. 투기성 자금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까,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volatility)을 투기세력들이 조장한다고 볼 수 있고요. 미국에서 이런 투기성 자금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사실 기술적으로 투기세력을 규제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문젭니다. 2008년도에 국제유가가 147불까지 오르면서 투기성 자금들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상당히 치열하게 전개됐었습니다. 연초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도 연초에 투기세력 규제안을 내놓기는 했는데, 발표된 내용을 보면 전혀 실효성은 없어 보이거든요. 지금은 투기규제안이 일단 좀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황이고요. 그것보다는 원자재시장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시장의 투기 규제, 금융개혁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원자재 시장도 좀더 넓은 관점에서 봤을 땐 거기에 포함이 되어서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IGM: 향후 올해 안의 원자재가격 전망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오정석: 현 상황에는 정말 안개 속에 가려져 있습니다만,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속도는 줄어들겠지만, 다시 한 번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아직까지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유로존 위기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 것인가, 언제쯤 진정될 것인가가 키포인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명한 루비니 교수, 스티븐 로치 같은 일부 비관론자들은 “결국 유로존 위기 때문에 더블딥이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로존 위기가 결국 세계경제를 다시 한 번 침체국면으로 몰아 넣는다면, 사실 원자재가격은 다시 한 번 또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의 전반적인 전망은, 하반기 들어서는 전세계 경제가 다시 한 번 회복세로 돌아서고, 따라서 원자재 수요도 늘어나고, 원자재 가격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유로존 위기가 유로 지역에 국한될 것이다, 2008년도 리먼 사태처럼 전세계로 퍼져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요. 중국이나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고성장세가 이어지고 세계경제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국제원자재시장 담당) 부장

서강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제대학원 경제학 석사, 런던대 UCL(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경제학 수업석사(MSc) 과정을 밟았다. 브릿지증권 연구원과 우리투자증권 선임연구원, KB선물 투자전략팀장을 거쳐, 현재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의 국제원자재 시장담당 부장을 맡고 있는 국제금융시장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