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어딜 가든 인터넷 전용선 안 깔린 곳이 없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세계정보통신 강국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던 스웨덴은 UN 국제통신연합에서 2009년 발표한 정보기술 개발지수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스웨덴에 이어 정보기술 개발지수에서 2위를 차지한 나라는 한국이다. 일찍부터 통신망을 구축하고, 인터넷 전용선을 보편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스웨덴은 공통점이 있다. 두 나라 모두 2000년에 들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터넷 전용선을 보급하고 관련산업을 육성한 바 있다.

스웨덴이 국가 차원에서 인터넷 보급에 힘써온 이유는 스웨덴 경제가 지식기반 경제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스웨덴의 경우 1 평방 킬로미터 당 인구가 약 21명으로, 이는 독일의 1/10수준이고 한국의 1/24 수준이다. 모든 가정에 인터넷 전용선을 보급하겠다는 2000년 스웨덴 정부의 법안은 56억 크로나(한화 약 9,000억 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스웨덴의 전 지역에 광섬유를 설치하는 비용도 400억 크로나(한화 약 61조원)로 책정되었는데 이에 배정된 정부 보조금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는 막대한 비용에도 굴하지 않고 국가 전략으로 2005년까지 인터넷 전용선을 전국에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이를 전격적으로 추진했다.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정보통신기술분야로 몰린다
인터넷 전용선 설치가 국가 전략으로 채택된 것은 2000년도지만 스웨덴의 컴퓨터 보급률은 이전부터 다른 나라들 보다 높았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다루며 인터넷을 접하게 된 스웨덴의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전세계 젊은이들 중 모르는 사람이 없을 웹 사이트 해적만(Pirate Bay)도 이러한 배경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지에 따르면 해적만은 세계에서 불법 다운로드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웹사이트라고 한다. 해적만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사이트의 체계를 조금씩 바꾸면서 발전하다가 2006년 5월에 경찰들이 서버가 있는 곳을 급습하면서 3일간 사이트가 폐쇄되고 3명의 주요 인물들이 기소되면서 위기를 겪었다.

물론 스웨덴으로서는 지적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해적만 사례는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정보통신분야의 혁신 차원에서 본다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 스웨덴의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더 창의적으로 인터넷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정보통신기술에 몰두하는 젊은 인재들은 자신들만의 창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또 커넥타(Connecta)와 같은 정보기술 컨설팅 업체나 WSP나 스웨코(Sweco)와 같은 기술공학 컨설팅 기업에도 인재가 모여들고 있다.

이처럼 스웨덴 정보통신 분야는 국가 차원의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잘나가는 기업들도 속속 생기고 있다. 이제는 스웨덴 하면 떠오르는 기업인 에릭슨 이외에도 IT 강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스카이프, 스포티파이, TAT 등의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강소기업 1. 무료 인터넷 통화 서비스를 시작한 스카이프(Skype)
2003년 스웨덴의 기업가인 니클라스 젠스트롬은 덴마크 출신의 기업가인 야누스 프리스와 함께 스카이프 사를 창립했다. PC끼리 직접 연결되어 파일을 송수신 하는 방법을 기반으로 무료 음성, 영상 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카이프는 유럽에서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또한 영상회의가 가능하고 파일전송과 인스턴트 메시지 기능도 갖췄기 때문에 초반부터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창립한 지 2년 만인 2005년, 스카이프는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인 이베이(eBay)사에 21억 유로(한화 약3조2,000억원)라는 엄청난 액수를 받고 매각됐다. 그 뒤 스카이프는 2009년 말 5억 2,000만 명의 사용자 수를 기록했다.

스웨덴과 덴마크라는 작은 나라에서 출발한 스카이프가 어떻게 급속도로 퍼질 수 있었을까? 스카이프는 처음부터 영문 서비스를 병행해 전세계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스웨덴이나 덴마크라는 북유럽국의 지리적인 조건에 얽매이지 않고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노리고 출발한 것이 빠른 확산의 비결 중 하나였던 것이다.

강소기업 2. 북유럽을 꽉 잡은 음악 재생 프로그램 스포티파이(Spotify)
200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스포티파이는 스웨덴에서 시작해 뜨고 있는 또 하나의 정보통신기술 기업이다. 스포티파이는 기존의 음악파일을 내려받는 형식의 공유방법 대신 인터넷에 연결만 하면 실시간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다. 스포티파이 하나만 있으면 CD를 사거나 음악을 내려 받지 않고도 즉시 어떤 음악이든 합법적으로 들을 수 있다. 현재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스포티파이 무료 프로그램은 스웨덴, 스페인, 노르웨이, 핀란드, 프랑스, 영국에서 서비스 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사용자가 음악을 듣기 위해 캐시 기억장치에 임시로 내려받은 내용을 서버에 전달하도록 돼있다. 이렇게 전달받은 내용을 통해 다른 사용자가 내려받은 내용 중 자신이 내려받으려는 곡이 있으면 메인 서버에서 곡을 내려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용자의 캐시에서 바로 곡을 내려받게 된다. 이렇게 사용자들끼리 캐시 기억장치를 이용하는 기술 덕분에 곡을 듣기 위해서 한 서버에 모든 사용자가 접속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기 때문에 흔히 스트리밍(streaming: 음악 파일을 내려받지 않고 바로 재생할 수 있는 방식) 프로그램에서 찾아볼 수 있는 끊김 현상이 스포티파이에서는 거의 없다. 제공되는 음악의 품질도 무료 프로그램에서는 160kbit/s으로 표준 수준이고 프리미엄 프로그램에서는 320kbit/s으로 현존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중에서 가장 높다. 게다가 한국의 싸이월드와 유사한 페이스북(Facebook)과도 연계해 자신의 지인들이 가지고 있는 곡목들을 공유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스포티파이는 어떤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을까? 스포티파이를 무료로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30초간의 중간 광고를 들어야 한다. 한편 오스트리아, 벨기에, 에스토니아,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폴란드, 포르투갈, 그리고 루마니아에서는 무료로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프리미엄 프로그램만 이용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현재 700만 명의 사용자 중 25만 명이 유료 사용자이다. 스포티파이의 창립자인 다니엘 에크는 2009년 말까지 미국에 진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미국진출은 성공하지 못했다.


스포티파이는 시작 전부터 큰 음반회사들과 합법적인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수익성을 두고 스포티파이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음악가들도 있지만 이미 700만 명이 사용하고 있고 이들에게 자신들의 음악을 광고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스포티파이와 계약을 맺는 음반회사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파이의 매출규모는 아직 작지만 스포티파이의 진정한 가치는 빠르게 늘어나는 이용자수로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강소기업 3. UI 디자인 전문회사 TAT(The Astonishing Tribe)
아이폰은 스웨덴에서도 인기가 드높다. 판매량이 거의 100만 개에 달했다고 하니 스웨덴 인구가 9 20만 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10명 중 한 사람 꼴로 아이폰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사에서 나온 제품들은 모두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기반으로 한 세련된 디자인 제품들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활용한 기업이 TAT이다. TAT는 휴대폰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기업이다. 처음에는 2002년 마이클 페터슨을 비롯한 다섯 명이 취미 삼아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현재 스웨덴, 미국, 한국에 각각 사무실을 둘 만큼 성장해 있다. TAT라는 사명은 ‘놀라운 부족(The Astonishing Tribe)’의 약자로 엔지니어들과 디자이너들이 협업하여 창조적인 디자인을 개발한다는 의미를 가진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혁신이 기대되고 있다.

이들의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바로 얼굴인식이 가능한 아이폰 응용프로그램인 증강현실 신분증(Augmented ID)이다. 이 기술는 아이폰 카메라와 GPS를 이용해 실제 환경과 가상사물을 합성해 자연스럽게 실제 환경에 맞춘 그래픽을 만들어 내는 증강현실을 이용했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 모두 사용이 가능한 이 응용프로그램은 작년에 발표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스웨덴의 대표 기업, 에릭슨(Ericsson)
유무선 통신시설과 기기를 총망라하는 거대기업 에릭슨은 스웨덴의 간판 기업 중 하나이다. 1876년, 전화기 회사로 시작한 에릭슨의 사업부문은 크게 세 가지이다. 유무선 네트워크 부문, 통신관련 전문 서비스 부문, 그리고 멀티미디어 공급 부문이다. 에릭슨은 특히 무선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09년 에릭슨의 매출규모는 2,064억 크로나 (한화로 약 32조원) 규모다. 2001년 에릭슨이 소니와 소비자 휴대폰 제조 부문을 합작해 만든 소니 에릭슨 벤처를 시작한 이후,  스마트폰 제조 분야는 에릭슨의 주요 사업분야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현재는 스마트폰 시장에 엑스피리아(Xperia)를 출시하여 다른 안드로이드 휴대폰들과 경쟁하고 있다. 휴대폰 분야 이외에도 에릭슨은 북미에서 인터넷과 전화 연결망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에릭슨은 스톡홀름 본사 이외에 150개국 지사를 두고 있다. 스웨덴 본사에서만 2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에릭슨은 스웨덴의 공과대학이 대부분 5년제 학, 석사학위제 임을 이용해 석사 논문으로 통신 분야에 대한 연구 개발에 대한 논문을 쓰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에릭슨의 스웨덴 본부는 연구 개발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에릭슨은 현재 스웨덴뿐 아니라 연구개발능력이 뛰어난 다른 나라들에도 연구개발소를 설치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도 에릭슨이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3,000여 명의 연구원을 고용한 상태이다. 그 결과 에릭슨이 보유한 특허권은 2만 5,000개에 달한다. 134년 동안 이어져온 정보통신 기업의 전통에 더해 꾸준한 연구개발에 공을 들인 결과다. 에릭슨은 이외에도 핀란드의 노키아와 함께 환경 단체인 그린피스가 선정한 가장 환경친화적인 휴대폰 제조회사로 뽑히기도 했다. 그 이유는 에릭슨이 선진적인 기술을 이용해 더 나은 정보통신 시설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휴대폰 제조과정에서 발생되는 오염물질 발생 최소화와 폐기물 수거까지 고려한 생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실리콘밸리, 시스타(Kista)
시스타는 스톡홀름 중심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위성도시다. 시스타에는 많은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집중되어 있다. 시스타는 ‘시스타 과학도시(Kista Science City AB)’의 로고와 함께 조용하고 깔끔한 도시의 전경과는 달리 역동적이고 젊은 도시이다. 시스타는 일찍부터 무선인터넷이 거의 전 지역에서 가능한 ‘시스타@무선인터넷(Kista@wireless)’으로 초기 정보통신 기업들의 관심을 모았다. 현재도 시스타에는 IBM, 마이크로소프트, 선마이크로시스템와 같은 다국적 정보통신 기업들이 밀집해있다. 이곳 정보통신기술회사들에서 거의 7만 명 정도를 고용하고 있는 정도다. 이곳에 본부를 두고 있는 에릭슨의 CTO(Cheif Technology Officer) 호칸 에릭슨은 시스타가 에릭슨이 본부로 선택할 수 있는 적격의 장소이고 가장 선진적인 무선통신기술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라고 평했다. 도시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시스타 과학도시’는 하나의 기업체로 이곳에 정착하려는 기업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정착하는데 필요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웨덴에는 이렇듯 도시개발부터 외부 사업자를 도입해 비용을 줄이고, 이후 시장경제 원칙을 통해서 더 효율적인 도시운영을 하도록 한 예가 여럿 있는데 시스타가 그 좋은 예다. 시스타 과학도시는 스톡홀름에 혁신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시스타에 상주하는 기업들에게 더 좋은 영감을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스웨덴 기업 글로벌 마인드를 배워라
이처럼 스웨덴은 세계 정보통신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에도 뛰어난 정보통신 기술자와 기업들이 많다는 것을 볼 때 우리에게도 스웨덴과 같이 세계적인 기업들을 보유할 수 있는 잠재력은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스웨덴의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은 스웨덴에서만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계 기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인다는 점이다. 스웨덴의 젊은 세대들은 국경 없는 인터넷의 특성을 이용해 자신들의 무대를 세계로 넓히고 있다. 한국의 젊은 기업들도 처음부터 세계 무대 공략을 목표로 사업을 한다면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IT기업들이 나오는 날은 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