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 > 뉴스 > 차이완 시대, 대만 기업들을 경계하라

# 석유화학: 대만 ‘경영의 신’ 왕융칭이 만든 FPG
ECFA 시대, 석유화학 분야는 대만이 경쟁우위를 갖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분야다. 대만 측 ECFA 협상 담당자는 심지어 “석유화학을 논하지 않는 이상 ECFA를 체결할 가치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대만과 한국의 석유화학 제품이 원가경쟁력, 제조기술, 운임 등 생산에서 수출까지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비슷한 가격으로 원유를 수입해 비슷한 기술력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중국과의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생산부터 수출까지 비슷한 프로세스를 거치기 때문이다. 적을 알아야 해결책이 보이는 법. 대만 석유화학 대표기업 포모스플라스틱(Formosa Plastic Group, 이하 FPG, 台塑集团)에 대해 알아본다.

대만 기업가 정신의 표상, FPG
FPG는 왕융칭이 1957년 창업해 지금까지 석유화학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 대기업이다. FPG는 정유, 석유화학 원료, 섬유, 방직, 자동차 전자재료, 반도체, 기계, 발전 등의 넓은 산업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원유수입, 운송, 제련, 분해, 가공제조에서 완성유 소매까지 일체화된 완전한 산업체인을 장악하고 있다. 2009년 영업이익 1500억 대만달러(약 5조 5000억 원)에 이르렀다. 현재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홍콩 등 6개의 해외 자회사가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왕융칭의 기업가 정신 “보이지 않는 뿌리까지 봐라”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일본의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면, FPG의 전 회장인 왕융칭은 대만의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 왕융칭은 경영을 한 그루의 나무에 비유한다. “하나의 나무는 가지가 있고 잎이 있고, 아래에는 뿌리가 있다. 뿌리에도 큰 뿌리가 있고, 중간 크기의 뿌리가 있고, 또 모세혈관처럼 가느다란 잔뿌리도 있다. 나무가 성장하는 것은 영양분이 작은 뿌리에서 중간 뿌리로, 큰 뿌리로 오면서 가지와 잎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영인은 겉으로 드러나는 가지와 잎에만 주목하고 보이지 않는 곳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왕융칭의 이 같은 ‘나무 경영론’은 그가 일찍이 조직의 통합 시스템을 만든 이유가 된다. 1970년 연말 결산 결과, FPG의 개별 사업부서들은 모두 이익이 발생했지만, 그룹 전체는 적자를 기록했다. 방대하고 복잡한 사업분야를 갖고 있어 각 사업 담당자들이 자신의 부서만 챙기고 눈에 보이는 결과만 지향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왕융칭은 근본적 원인을 찾기 위해 ‘책임센터’를 개설했다. 책임센터에서는 통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각 사업분야간에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시스템화했다. 담당자들이 자기 사업분야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보도록 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닌 실질적인 이윤에 더 신경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조직 안에서 발생하는 구멍을 없앴다.

유연한 조직, 명확한 조직
기업이 발전하려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왕융칭의 경영모토다. 그러나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느라 제도개선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하자 그는 철저히 업무와 제도개선의 두 기능을 분리시켰다. 막료조직을 개설해 이들이 집중적으로 제도개선만 맡게 했다. 또한 중앙집권제를 실천해 각 사업부서의 핵심적인 공통업무는 함께 관리하는 총경영실을 만들었다.

왕융칭의 위대한 경영으로 만들어진 FPG, 그렇다면 왕융칭이 사망한 2008년 이후 FPG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왕융칭은 2002년부터 4명의 가족과 3명의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7인 경영소조’를 만들어 경영에 대한 특별 훈련을 시켰다. 그래서 왕융칭 사망 후 7인 경영소조가 FPG의 경영을 맡아 함께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왕융칭은 죽었지만 왕융칭의 경영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전자산업(LCD): 인재 양성에 기업 사활을 건 AUO
AUO(友达光电股份有限公司)는 1996년에 설립된 역사 14년에 불과한 신생 기업이다. AUO는 LCD, LED, 태양전지와 전자종이를 개발하고 생산한다. 현재 전세계에 4만 2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세계 기업들이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2009년에는 110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미국 등 7개 나라에 지사가 있다. 불과 15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큰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기업 전쟁의 창과 방패’ 특허로 승부한다
AOU의 회장 리쿤요(李焜耀)는 특허를 기업의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본다. 기업에게 있어서 특허는 전쟁에 나갈 때, 공격을 하는 ‘창(矛)’으로 사용될 수 있고, 방어를 하는 ‘방패(盾)’로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 현재 AUO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는 무려 7000여 개나 된다. 하지만 전쟁에서는 무기만 좋아서도 안 된다.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한다. AOU의 전략은 바로 방대한 연구진과 R&D 투자를 꼽을 수 있다. 2002년 500명 수준이었던 연구진을 현재는 1300명으로 두 배 이상 대폭 증원했다.

평범한 사람도 AUO에 오면 비범한 인재로
불 같은 속도로 성장을 하는 기업들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로 인재 문제가 손꼽힌다. 각 분야에서 다양한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충분히 능력 있고 훈련된 인재를 찾기가 어려워 기업의 수요를 만족시키기가 어려운 것. AUO는 스스로 ‘인재생산 과정’을 만들어 급성장 기업의 인력난을 효과적으로 해소했다. 시장에서 맞는 옷이 없으면 자기가 옷을 만들어 입어야 하는 것의 논리다. AUO의 인재생산 과정은 AUO 스타일로 철저히 훈련된 인재를 배출해 적시적소에 활용할 수 있어 AOU 고속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AUO는 우선 최대한 많은 구직자를 채용해 스파르타 식으로 훈련과정에 투입했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회사에 대한 이해, 문화의 이해, 고객서비스, 문제해결, 특허관리 등 다양한 교육을 집중 훈련 받는 Win Camp를 갖는다. 일반 기업의 입사교육과는 달리, 매일 새벽 2, 3시까지 팀 토론을 하며 강하게 훈련시켜 팀원간의 우정도 키워주고 만만하게 다닐 수 있는 회사가 아님을 알려준다.

AUO에는 또 AUO 러닝대학이 있다. 현재 7개의 사내대학을 갖고 있으며 매년 수천만 위안을 투자해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매일 적어도 3~5개의 과목이 개설되며, 유명대학과 제휴하여 진행되는 과정도 있다. 사원급, 관리자급 모두 단계별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AUO는 학점 이수제를 통해 직원이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품이 만들어진 후 검증이 필요하듯이 인재를 양성한 후에도 검증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성품 테스트도 반드시 한다. 그래서 AUO에서 배출해 낸 인재는 자기 분야의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인품 또한 인정받는 사람들로 평가되고 있다.

사장을 맡고 있는 천쇤빈(陈炫彬)은 오늘날 AUO의 성과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한다. “AUO인들이 없으면 오늘날의 AUO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오늘날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해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LCD)이 AUO를 세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재들이 AUO를 세웠다”

# 반도체: 하청에서 나아가 종합반도체 회사 꿈꾸는 TSMC
1987년 설립된 TSMC(台湾积体电路股份有限工司)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웨이퍼 생산분야는 제품의 마진이 적기 때문에 여타 기업들이 별로 취급하지 않아서 TSMC가 세계 소비물량을 거의 모두 담당하고 있다. 즉 TSMC의 각 분기 생산량이 6개월 후 세계 정보통신 전자산업을 내다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2004년에는 미국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아시아 기업 베스트 30’ 6위에 올랐고, 2008년에 매출 30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을 기록했다.

파운드리는 퀄컴, 엔비디아 등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의뢰 받아 위탁생산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업을 말한다. 가트너에 따르면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2009년 190억 달러에서 2010년과 2011년 각각 220억 달러와 280억 달러, 2012년엔 32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률은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률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에서도 차세대 신 수종산업인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연간 2배씩 성장시켜 TSMC의 대항마가 되겠다는 목표를 지난 해 말 발표한 바 있다.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는 최고의 생산라인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지난 해 말, TSMC는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시도했다. 생산만 하던 하청업체에서 고객인 팹리스 업체들의 반도체 설계까지 일괄 처리해 주는 종합 반도체 회사로 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반도체 공정이 점점 복잡해지고 미세화 되면서 고객사에게 넘겨받는 칩 디자인을 가지고 생산할 때에 발생할 수 있는 오차 발생 가능성이 점점 커졌다. 이는 원가상승의 주원인이 되었다.

TSMC는 표준화된 패키지를 기반으로 디자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또한 TSMC는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자신의 강점을 탄탄히 해오고 있다. 지난 해 78세의 모리스 창 회장이 다시 회사로 복직하면서 22 년 동안 쌓은 반도체 산업의 경험을 기반으로 신사업부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태양광 에너지와 발광디스플레이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중국 합작으로 ECFA 시대를 미리 준비했다
TSMC의 회장 모리스 창（张忠谋）은 현재 중국의 사업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 ECFA는 중국기업과 대만기업의 합작을 더욱 활발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TSMC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대만 정부는 ECFA 체결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인 올 초부터 자국 내 반도체•LCD 산업의 중국 팹 진출을 허용하는 규제 완화를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대만은 반도체•LCD 품목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선정해 해외 투자를 금지해왔다. 규제 완화를 통해 TSMC도 새 국면을 맞았다. 중국 내 합작 투자 및 설비 투자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중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미리 준비해 중국 기업들을 TSMC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미리 마쳤다.

중국과 대만의 ECFA, 한국 기업에는 어떤 영향?
중국과 대만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을까? 지난 6월 29일 중국, 대만 두 나라는 ECFA 협정을 맺고 상품무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에 나섰다. 내년 1월 1일 발효되는 ECFA 에 따르면 2년 내에 관세를 없애는 ‘조기 수확 대상 상품’에 대만이 539개 품목을, 중국은 267개 품목을 포함된다. 이로써 대만은 '세계의 시장' 중국과 가까운 거리에, 무관세 효과까지 더해져 명실공히 중국 비즈니스의 관문으로 자리잡게 됐다. 따라서 중국 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대만을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ECFA 체결로 한국 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무역 규모 중 가장 덩치가 큰 파트너다. 지난 해 한국의 총 무역액 중 중국의 비중은 1410억 달러로 20.5%에 달한다. 게다가 한국과 대만의 대중 수출 품목 상위 20개 중 14개가 겹친다. 이들 품목이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로, 기계, 석유화학, 전자 등 한국의 주력산업 대부분이 해당된다.

최근 KOTRA 중국지역본부는 `ECFA의 발효가 우리기업의 대만시장 진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번 ECFA 체결이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위협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동안 대만은 글로벌 ODM, OEM 국가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더욱 본격적으로 자사 브랜드를 갖고 세계 시장 진출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이미 Acer, ASUS, HTC 등 IT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공사례들이 있다. 또한 태양광, 자동차 산업 등 그 동안 대만의 국내시장이 협소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던 사업에 중국 시장을 고려한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져 잠재적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상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대만을 거점으로 삼으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에 발맞춰, 한국 기업들도 대만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KOTRA는 우리 기업들이 대만 기업들과 협력모델을 구축해 중국 시장에 공동 진출을 모색하고 쌍방향 투자 활성화와 비가격 경쟁력 강화 등의 대응전략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