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전국의 청춘 남녀를 짝 지어주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방송 프로그램을 기억하는가? 바로 짝짓기 프로그램의 원조, MBC “사랑의 스튜디오”이다. 2001년까지 총 7년 여의 방송기간 동안 출연자만 1432쌍, 최고 시청률은 무려 24%였다. 방송 시간이 일요일 오전 시간대였다는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고르게 사랑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가능케 했던 숨은 1등 공신이 있다. 바로 1996년부터 프로필 매칭 시스템에서 출연자 관리까지 도맡아 한 결혼 정보 회사 듀오(대표 김혜정)다. 듀오가 1995년에 설립되었는데, 어떻게 설립 1년 남짓 된 회사가 이를 감당해 내고, 또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의 인기와 더불어 대중의 인식 속에 뿌리깊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성혼 커플 2만 쌍, 연간 신규 회원 1만 5000여 명, 결혼 정보 시장 점유율 60%에, 1999년부터 줄곧 업계 선두를 유지했다는 현재까지의 성적을 보면 단순히 ‘운이 좋았다’라고 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결혼 정보업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시작해 10여 년간 업계 1위를 지킨 듀오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고객의 입장에 서는 것’ 이다. 그러나, ‘고객 만족’을 추구한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성공하지는 않는 법. 듀오가 어떻게 진정한 고객 만족 경영으로 오늘날의 성공에 이르렀는지 찬찬히 살펴 보도록 하자.

첫 번째, 창업부터 제대로! 업의 본질을 꿰뚫다
듀오의 탄생은 정성한 창업주(現 경영고문)의 맞선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중매꾼의 말과 달리 자신의 이상형과 거리가 먼 상대를 만나거나, 간혹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왔어도 어색한 분위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 등 어려움이 많았다. 주위의 친구들도 대부분 비슷한 경험이 있었고 심지어 주선자 말만 믿었다가 나중에 상대의 조건이 거짓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분개하거나 허탈했다는 친구들도 여럿 있었다.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중요한 일인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궁색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그는 새로운 사업을 떠올렸다. “ ‘제대로 된’ 이상형과의 ‘즐거운’ 만남을 제공하는 사업을 해보자!”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업의 본질을 파악하는 건 필수 관문! 정 고문은 먼저 결혼 정보업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박스 기사 참조), 결혼 정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했다. 수익 모델이 회원의 가입비인 만큼 결혼 적령기의 남녀 회원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떻게 하면 ‘보수적인’ 시장의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그 당시 영세한 결혼 정보회사들은 회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값 싼 가입비를 내세우거나, 연예인을 내세우는 한편, 신원 조회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무분별하게 회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이런 결혼 회사는 절대 믿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믿을 만한’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한국 보다 10여 년 앞서 있는 일본 결혼 정보 시장을 벤치마킹하고 내린 그의 결론은 고객의 입장에 서는 것이었다.

<박스기사> 결혼 정보업의 정의와 발전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의에 따르면, ‘결혼 정보업’ 은 [결혼을 원하는 남녀를 회원으로 모집해 최적의 배우자상을 찾아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신종 업종]이다. 사실 ‘중매’ 사업이라 쉽게 생각할 수 있을 텐데 굳이 차이를 구분하자면 아래 도식과 같다. 맨 처음 중매쟁이에 의한 중매가 이후 개인 사업 형태의 결혼 상담소에 의해 이루어지다가 이것이 성혼 수수료를 받지 않고 유료 회원의 가입비를 수익구조로 하는 전문 결혼 정보회사로 진화했는데, 이것이 결혼 정보업이다. 즉, 만남을 제공하는 ‘중매’의 성격은 유지하되 비즈니스 모델만 변형된 업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왜 이러한 ‘중매’ 산업은 계속 발전할까? 연애 결혼이 보편화되었지만 아직도 전체 결혼의 1/3 정도는 중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결혼을 집안과 집안의 만남으로 보는 뿌리깊은 유교 문화의 영향과 젊은 세대의 실리 추구 경향,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젊은 남녀가 주위 지인을 통한 만남의 기회를 갖기 어려워 진 점 등이 결혼 정보업 시장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다. 또한 결혼 정보 업체에 가입하는 회원을 분석해보면 평균 20~30대의 대졸 학력 회사원으로, 지극히 평범한 청춘 남녀들인 것을 알 수 있다.    결혼문화산업연구소(2009년 통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상형과의 만남 추구, 많은 만남의 기회 등이 결혼 정보 업체 가입 이유라고 하니, “중매” 비즈니스를 무조건 의아하게 생각하거나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국내 최초의 결혼 정보 회사는 1985년 설립된 알트만이고, 사업자 허가제에서 1994년 신고제로, 1998년에는 사업 완전 자유화인 사업자 등록제로 법이 개정되면서 업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현재는 전국 863개의 결혼 정보 회사가 성업 중이다.

 
두 번째, 화끈하게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하라!
자신의 짝을 찾고 싶어하는 고객들 입장에서 가장 어렵고, 혼자 하기 힘든 것들은 뭘까? ‘아무나’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며, 만남의 기회를 자주 갖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어색한 분위기의 만남은 싫을 것이고 연애에 쑥맥이어서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더욱 고민스러울 것이다. 듀오는 이렇게 본인들의 고객이 처할 수 있는 어려운 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우선 듀오는 중매꾼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던 기존 방법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시스템을 통한 매칭’을 제시했다. 일본의 매칭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한국의 독자적 특성을 반영해 2년 여의 창업 준비기간 동안 DMS(Duo Matching System)라는 과학적 매칭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이상형 조건을 넣어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직업, 학력, 종교, 외모, 경제력 등 기본 9가지 영역에 160여 가지의 정보를 입력하는데, 한국인에게 중요한 형제 관계나 시부모와의 동거 여부, 재혼일 경우 상대 자녀의 수용 여부까지 선택할 수 있다. DMS를 활용한 1차 매칭에 이어, 2차로 전문 커플 매니저들이 회원의 특색을 파악해 가장 적당한 짝을 매칭해주는 체계적인 프로세스이다 보니 고객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또한 대부분의 결혼 정보회사들이 5~7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횟수 기반의 서비스만을 제공할 때, 이를 과감히 탈피하여 만남의 기회를 대폭 늘린 기간제 서비스 ‘클래식 서비스’를 제공했다. ‘클래식 서비스’ 회원의 경우 1년 동안 매달 3명의 이상형 프로필 정보를 받고, 그 중 본인의 의사에 따라 만남을 결정하게 된다. 만약 자신이 이상형 조건에 적합한 상대로 선정되게 되면, 그만큼 상대회원의 프로필 정보를 많이 받아보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만남의 횟수가 늘어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유료 회원들이 자신의 프로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상의 멤버스 클럽에서 이성 회원을 검색, 한 달에 두 명까지 직접 연락을 취할 수 있으니 만남의 기회는 거의 무한대로 늘어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횟수제 서비스 회원에 비해 기간제 서비스 회원의 만남의 횟수를 살펴보면 평균 15~17회로 300%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비싼 입회비를 내는 고객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고마운 서비스였고, 듀오는 ‘클래식 서비스’ 제공 이후 신규 회원의 폭발적 증가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듀오만이 가진 또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로는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이다. 듀오는 연간 150~200회의 이벤트를 개최해 어색함을 최소화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 최대 규모인데 종류도 여행/ 공연 & 문화/ 기념일 테마이벤트 등으로 다양하고 대기업들의 요청으로 기업 단위의 제휴 이벤트도 크게 증가하였다. 이벤트는 참가 인원의 성비를 맞추고, 신원 보증이 확실히 이루어져야 할 뿐 아니라 유쾌한 분위기까지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에 주최측의 역량이 매우 중시되는 부분이다. 듀오는 활동 회원 수도 2만 여명에 달해 이벤트 참석인원 (일반적으로 50명) 확보가 쉽고, 이벤트 팀이 따로 운영될 정도로 역량과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 진행을 전문으로 하는 5명의 베테랑 이벤트 매니저들은 참가 회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고, 무엇보다 커플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 매 이벤트 시 평균 30% 정도의 높은 커플 성사율을 만들어 가고 있다. 참석자들의 뜨거운 반응은 후기 게시판에 넘쳐나는 감사의 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 외에 연애에 쑥맥인 회원들을 돕기 위한 매니저들의 연애 상담을 비롯하여, 연애 관련 특강에 도서 출판까지, 듀오의 고객 만족, 즉 ‘결혼’을 위한 서비스는 돋보인다. 유료 회원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인 무료 홈페이지 회원들에게도 데이트 코스 추천, 연애 상담, 심리 테스트 등 다양한 연애 정보를 제공해 경쟁 업체에 비해 두드러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회원만 무려 80여 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서비스 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좋은’ 사람을 ‘제대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로 듀오는 고객이 ‘믿을 수 있는’ 기업에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나 탁월한 서비스 품질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어도 그것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있을 때 빛이 나는 법. 소비자의 보수적 성향이 강한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기업이 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듀오는 그럼 어떻게 소비자에게 다가갔을까? 듀오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과 인재 관리 전략을 다음 편에서 알아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