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문제에 대해 준비기간을 요구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한국노총과 정책협약을 맺고 있는 한나라당은 한국노총과 경총이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를 합의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노총과 경총이 합의에 도달하면 정부도 이를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노총의 입장 변화는 교착상태에 빠진 노사정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안별ㆍ 단계적 해법 모색을
그러나 합의가 성사되려면 노사정 당사자들이 지금이라도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세심한 합의 방안을 만들어 용의주도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기존 방식에서 탈피, 갈등의 본질을 해결하는데 논의를 집중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
우선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가 크고 복잡한 만큼 한꺼번에 합의하기보다는 갈등 해결의 틀에 대한 합의를 거쳐 세부 내용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는 2단계 방식을 권하고 싶다. 갈등 해결의 틀에 대한 협상도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가 연계되어 법 시행이 유예되다 보니 서로 연계해 주고받는 식의 협상을 해왔다. 그러나 두 문제가 성격이 다른 만큼 각각의 특성에 맞는 사안별 맞춤형 갈등 해법이 바람직하다.
복수노조 허용문제는 근로자들의 노동기본권을 헌법대로 보장하되 그 취지에 부합하는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복수노조를 안전장치 없이 무조건 허용하면 노동조합이 난립, 근로자들에게 도움은 되지 않으면서 사용자의 교섭 부담만 커져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논의는 지금까지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복수노조는 조합 결성에 대한 문제이고 교섭창구 단일화는 단체교섭에 관련된 문제니만큼 별도의 해법이 필요하다.
복수노조 허용문제는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조합원 등에게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의 법 제도는 근로자가 두 명이라도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어 노조 난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 설립을 위해서는 일정한 수나 비율의 근로자들로부터 동의를 받게 하는 등, 일정한 요건을 두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은 복수의 노조가 자율적으로 창구를 단일화하되, 그렇지 못하면 투표로 교섭 대표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단체교섭권 남용을 예방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노동조합 보호 차원에서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한했다. 이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단체교섭이 근로자들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결정에 대한 협상에 집중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이 정치적 문제 등 정당하지 못한 이유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사용자가 거부할 수 있게 해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면서 정치 쟁점 등 엉뚱한 문제가 노사관계를 흔드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전임자 임금에 유연성 필요
복수노조 문제는 노동기본권 보장 등 권리와 원칙에 관한 갈등이라면 전임자 임금 문제는 노조의 불합리한 재정운영 관행의 개선 등 이해관계 갈등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복수노조 문제보다 유연성을 발휘해 협상할 필요가 있다. 전임자 임금을 사용자가 지급하지 못하게 하면 규모가 작은 노조일수록 충격이 크므로 단계적으로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전임자 임금을 조합이 지급하면 조합비 부담이 커지고 노조의 재정 운용이 중요해진다. 노조 재정운영에 대한 조합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조회 : 5,6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