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회장들이 중소기업인을 위한 멘토링에 나섰다. 세계경영연구원(IGM) ‘리더십 스쿨’에서 운영하는 ‘중소기업인을 위한 경영 멘토링 프로그램’ CLMP(CEO Leadership Mentoring Program)에서다. CEO들은 대기업 총수인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자신의 산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와 노하우를 기꺼이 나누는 봉사에 나섰다.

한국의 Top CEO들이 중소기업인을 앞에 두고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전했던 ‘리더’ 이야기는 무엇일까? 본지는 남용 LG전자 부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건국대 오명 총장 등 한국 Top CEO들의 리더십 스토리를 계속 지상 중계할 계획이다.

8인의 리더들 중 첫 번째 리더십 멘토링 주인공은 시대의 화두인 ‘혁신’ 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니는 남용 LG전자 부회장. '경영혁신의 도사’로 불리며 최근 LG전자를 기술이 강한 회사에서 세계적인 마케팅 회사로 LG전자의 유전자를 바꾼 남용 부회장. 혁신과 글로벌 마인드로 국내외에서 경영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는 그가 지혜를 전수하기 위해 중소 IT(정보기술) 제조업체 사장 40여 명과 자리를 같이했다. (편집자주)

Q: LG전자를 성공적으로 이끈 탁월한 조직적 리더십이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부회장님이 생각하시는 기업경영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입니까?
남용 부회장(이하 남용): 제가 리더십에 대해 어떤 프레임워크를 갖고 연구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조직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사람을 바라보는 저만의 4가지 렌즈는 생긴 것 같습니다. 제 나름대로의 기준이 옳은지 그른지 모르겠는데, 넥스트 레벨로의 구상을 가진 사람인지, 일등에 대한 도전의식이 있는지,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갖춘 사람인지, 윈윈하는 팀플레이어인지, 네 가지 기준을 가지고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매일 같이 얘기하고, 전략을 보고받고 공유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 가지 렌즈로 보니까 다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누구하면 각각 4가지 기준에서 얼마만큼인지 금방 보입니다. 내가 이 사람은 4가지 부분이 확실하다고 판단해 책임을 맡긴 경우에는 거의 실패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의문이 들지만 여건상 어쩔 수 없어서 책임을 맡긴 경우는 항상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Q: 부회장님의 4가지 렌즈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남용: 4 가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 드리자면, 첫째, 자기비전을 가지고 넥스트 레벨로 끌어올릴 사람인가 아닌가를 보는 게 중요합니다. 냉장고 사업부장을 고를 때 저 사람이 과연 냉장고 사업에 대한 장기적인 방향과 제대로 된 구상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인가, 그 구상이 삼성, 월풀과 다르게 우리 나름대로 구상을 가지는가를 보게 됩니다. 중국본부장을 임명할 때에도 저 사람이 중국에 가면 중국 시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중국시장에서 우리 포지션을 3~5년 후에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에 대해 구상을 갖고 있는 사람인가를 보는 게 첫 번째 렌즈입니다.

즉, 시장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냉장고는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고 한다면, 저는 그 사람에게 다시 물어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소비자가 뭘 중시하느냐’ 등을 계속 질문하는데, 그냥 관념적이나 개념적 생각을 갖고 있으면 서너 번 질문에 무너집니다. 깊이 들여다보고 차별화하는 구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두번째 렌즈는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1등에 대한 집념이 강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수준을 달성하면 그 이상을 달성하려고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하지 않으면 못 베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 두 가지만 가지고도 굉장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조건을 가지고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은 밑에 있는 사람의 지혜를 끌어 모아 같이 가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은 채근하고 몰아붙이면서 막 끌고 가는 사람입니다.

Q: 위의 두 가지가 가장 핵심인 것 같은데, 나머지 두 가지는 어떤 것인가요?
남용: 세 번째, 사람을 본질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그 근본적인 토대를 봅니다. 정말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스스로 뛸 수 있는 공간을 주는 사람인지, 자기가 무리하게 이끄는 사람인지, 주위 사람에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주는 사람인지가 중요하죠. 어떻게 하면 다른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의견을 공유하고 다같이 끌고 가서 전략을 만들어내는 지를 봐야 합니다.

경영에서 챌린지(Challenge)하고 컨트롤(Control)하는 게 너무 일반적으로 돼 있는데, 거기서는 조직원들의 이노베이션(Innovation)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코칭이라는 개념을 접목하니까 변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팀플레이어로서 파트너들과 Win-Win할 수 있는지 입니다. 리더는 혼자가 이룰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그래서 팀을 만들고 부하직원, 파트너와 Win-Win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Q: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하신다면?
남용: 저희도 미국 전자제품 대형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와 1년에 한번씩 TV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가 협상을 합니다. 그러나 1년에 한번씩 가격협상만 한다고 생각하면, 둘 다 돈을 많이 벌 수 없습니다. 2~3년 후에 어떤 TV를 내서 베스트바이를 서포트하고 베스트바이가 어떻게 매장을 내주고 등을 고려하는2년 이후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가 필요합니다.

팀이라는 것이 단순히 내 주장을 굽히고 상대편 주장을 받아들이고 양보하고 화합한다고 팀이 아닙니다.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과 구매 팀의 두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때 ‘내가 양보해야지’ 하는 것은 팀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개발과 구매가 모두 훨씬 좋아지는 가치를 찾아내어야 한 팀인 것입니다. 이걸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가 바로 리더를 고르는 마지막 관점입니다.

이와 같은 네 가지 렌즈를 통해 인재를 보는데, 이를 통해 LG way의 핵심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이 달성됩니다.

Q: 다들 좋은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데 개인적으로 리더가 쌓아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남용: 리더십의 80%는 실력인 것 같습니다. 리더가 실력이 없으면 밑에 사람이 안 따릅니다. 실력이 없는 사람은 존경할 수 없습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터프하더라도 존경을 합니다. 그리고 20%가 남들을 따르게 하는 능력과 자기 관리능력입니다.

남들을 따르게 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솔선수범 해야 합니다. 리더는 모르면서 밑에 사람을 채근하면 겉으로는 승복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뒤로 돌아가면 승복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모른다는 것을 아래 사람은 다 압니다. 모른다는 것을 솔직히 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부회장님께서 강조한 리더의 네 가지 자질 중에 '갈등을 윈윈(Win-Win)으로 풀 수 있는 능력'이 포함돼 있는데, 그 사례를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남용: 윈윈 모델은 한 단계 위에서 전체를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제가 구체적으로 LG전자의 구매 방식 변경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LG전자에 외국인 구매 담당자가 들어오면서 그 동안 사업 부문별로 구입하던 부품들을 하나로 묶어 사들이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결과 구매량이 크게 늘어 어떤 조직은 원가의 30%를 절감하게 됐죠.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업 부문마다 다른 부품을 사용하던 엔지니어들이 부품을 통일하면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반발한 것입니다. 이때 제가 내놓은 해결책이 '입장 바꾸기'였습니다. 설계팀에서 가장 유능한 엔지니어 한 명을 구매 담당 부서로 발령 냈더니 결국 구매팀 입장도 이해하고 부품 통일에 따른 성능 저하 문제도 해결했습니다.

Q: 부회장님께서는 취임 직후 외국인 인재 영입이라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조치로 적절한 인재를 활용해서 많은 성과를 내셨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한 현답을 구하고 싶습니다.
남용: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 사람을 인재로 키우는 것에 먼저 눈을 돌리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 직원의 '그릇'(역량)이 아주 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사업에 대해서만큼은 성공시킬 수 있는 구상을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외부에서 잘한다고 그냥 데리고 와서 세부 사항도 모른 채 사업을 멋지게 꾸미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내부에서 찾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다만, 사업 성공을 위해 다른 곳에서 월급 500만원을 받는 인재가 필요한데 우리는 300만원밖에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과연 사업을 성공시키는 게 좋은지 아니면 돈을 아끼는 게 나을지를 한번 고민해본 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도 수혈하는 것이 좋겠지요.

Q: 저는 중소 제조업을 13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새 직원들의 업무 성과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무슨 방법이 필요할까요?
남용: 모두가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표를 만드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LG전자에서는 지금 '신호등 관리'라는 걸 합니다. 사업 담당 13개 본부와 1000개 이상의 프로젝트 하나 하나를 놓고 매달 목표치를 달성했는지에 따라 평가 보고서마다 빨강, 파랑, 노랑 신호등을 표시합니다. 빨간불이 두 번 켜지면 경고이고, 세 번 연속이면 본사 경영진단팀이 나와 분석에 들어갑니다. 누가 뭐라고 야단칠 필요도 없습니다. 모두가 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몸이 달아오르니까요. 성과가 잘 안 나온다고 질책하기보다 목표를 낮춰주거나 팀원을 바꿔주는 게 더 나아 보입니다. 해결책을 찾아주는 것도 성과를 높이는 방법이고요

Q: CEO가 같이 일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여 성공하셨는데, 사람인 이상 팔이 안으로 굽듯 내 사람인CEO팀에 인사상 좋은 점수를 주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안티 그룹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문제는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요?
남용: CEO의 조직이 내부를 컨트롤하는 조직, 도전하는 조직이면 안티가 많이 생길 것입니다. 반대로 이 조직이 문제를 해결해주고 잘 되도록 도와주는 조직이 되면 굉장히 환영을 받게 됩니다.

경영혁신그룹이라는 조직이 혁신을 몰아붙이면서 야단치고 혁신 안한다고 CEO에 이르는 것은 비토 그룹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저는 CEO팀에 그런 일을 안 시킵니다. CEO팀을 오래 두지 않고 2~3년 지나면 현장으로 보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저 사람을 쓰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야지 그 사람 못 쓰겠다고 하면 그 사람은 조직에서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CEO팀 사람 쓰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많았습니다.

Q: 저희 기업은 해마다 60% 성장을 15년 연속 해왔는데, 성장세가 너무 빠르다보니 직원들이 행복해하지 않아 하는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남용: 참 정말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 직원들도 혁신의 필요나 성과에 시달리고 경쟁하다 보니, 일과 가정의 양립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도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사실, 가정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직원들의 업무를 보면, 제 생각에는 꼭 성공적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직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피곤한 부분이 자기가 생각할 때 가치가 없는데 보고를 하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각 사무실마다 표를 만들어서 한달 동안 직원들 이름을 적어놓고 7시 이전에 퇴근하면 파란 자석, 9시 이전은 노란 자석, 9시 이후면 빨간 자석을 붙였습니다.

빨간 자석이 집중적으로 많은 사람이 있다면, 일이 과중하게 몰렸거나 일을 잘못하고 있거나 하는 경우라고 생각해서,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일을 덜어주거나 일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자기가 할 수 있건 없건 들어내게 해서 낭비를 줄였습니다. 성장이 15%인데 일은 20% 늘고 직원은 5% 밖에 안 늘면 과중 될 수밖에 없습니다.

Q: 저는 중견기업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익을 벌어들이는 부서와 IT연구부서간에 서로 ‘저쪽 부서는 수익이 안 나는데 연봉이 높다’고 말하는 갈등이 있습니다. 사내 불화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용: 저희는 성과, 리더십, 역량으로 사람을 평가합니다. 평가를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평가가 공정하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웃음) 이 문제는 풀기 어려운 갈등인 것 같은데, 공정한 틀에서 공정한 기준에서 이뤄진다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성과가 적은데 연봉이 많다는 것은 리더십과 역량의 문제로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성과는 적지만 리더십과 역량이 어떤지를 따져보고 그 사람의 성과, 리더십, 역량을 목표 대비 절대적으로 달성했는지, 과거 3년 동안에 평가가 어떻게 됐는지, 향후 3년의 전망이 어떤지 3가지를 각각 세가지 레벨로 평가해 9블록에다가 강제 배분합니다. 그 후, 30% 상위에 있는 사람들과 개별 면담을 합니다. 제 경우는 18명의 디렉터들에게 어렵지만 평가결과를 말해줍니다.

어떤 사람은 승복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승복을 안 합니다. 관찰하지 않으면 안 나오는 것입니다. 제가 디렉터들의 평가결과를 받아보면 아랫사람에게 일만 열심히 시키다가 관찰은 안 하고 그냥 건성으로 성의 없이 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람의 장래가 달려 있는데 그걸 쓰면서 성의 없이 할 수 있느냐”고 혼내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 이후 제 결과에 대해서 승복을 참 많이 하더라구요. 사실관계를 가지고 사랑을 담아서 말하면 승복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평가인지라 공평할 수 없고, 공평하게 느끼게 할 수 없지만 공평하려고 노력합니다.

Q: 저희 회사 부회장은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일하는 분이고, 저는 반대쪽 사람입니다. 일은 많이 안 하고 노는 나쁜 CEO입니다.
남용: 직원들 일에 간섭 안하고 열심히 노는 것이 제일 좋은 CEO입니다.(웃음)

Q: 저는 직원들과 이벤트하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사실, 자동차 회사에 인력 아웃소싱을 하는데 임금이나 복지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래서 임금을 많이 줄 수 없는 대신, 직원을 섬기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았습니다. 최근, 현장에 있던 과장을 관리직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1년 반이 지났는데 마인드를 바꾸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남용: LG텔레콤에 있을 때 콜센터가 그랬습니다. 인력을 지원받아서 하는데 원래 직원과 밖에서 인력을 지원받은 사람 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생산 현장에 가면 라인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 있는데 대우 차이가 있습니다. 이 문제가 굉장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 데서 성공한 분은 다른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3년 전에 방문했던 생산성이 높은 공장이 있는데 라인에 있는 직원들이 기쁘게 일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예전에 비해 근무강도가 굉장히 높아졌는데, 직원들이 기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 공장에 작년에 30만 건의 아이디어를 한 친구가 내고 90%가 채택이 돼서 라인에 실제 적용했습니다.

이 경우를 보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활용해주고 회사운영에 반영해주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매슬로의 자기 성취의 5단계에서 자아실현의 욕구가 제일 높은데, 직원들을 신나게 하는 것은 돈도 아니고 칭찬도 아니고 자기가 자기 일에서 보람을 갖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을 적용해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Q: 금융위기 상황으로 모든 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했을 때 부회장님께서는 직원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공격적 경영을 통해 성공을 하셨습니다. 그룹 오너와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셨는지요?
남용: 그 부분은 회장님께서 이니셔티브를 주신 부분입니다.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경기가 어려울 때 진행하지 말고, 경기가 좋아지면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디렉션 하에, 인간존중의 가치 하에 진행을 했습니다.

명예회장과 가치가 상충할 때 그 가치가 금방 수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업의 특성상 리콜이 굉장히 쉽게 일어납니다. 그것을 모르고 미적거렸다가 한 임원이 실수한 일이 있었습니다. 금년 초에 한 임원을 전무로 승진시켰고, 작년 4월에 선 매출을 했는데 리콜을 진행하지 않아서 옷을 벗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선 매출 때문에 기업가치에 훼손된다고 옷을 벗게 되었습니다.

기업 가치관을 수용 안하면 문제가 됩니다. 가치관이라는 것이 엄하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 때문에 마찰은 별로 없습니다 투명성의 경우 접대비 같은 것을 쭉 검증을 합니다. 일요일에 집에서 가족들이 같이 먹었는지, 대외 활동을 했는지 등 사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임원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또, 기사 달린 차를 자기가 사무실에 있는 동안 이용하면 굉장히 문제가 됩니다.

기업경영에 있어 그룹 오너로부터 전권을 위임 받은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만약 위임을 못 받았다면 외국 임원을 그 비싼 돈을 주고 데려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 때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기업들이 요즘 상당히 맥을 못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많이 다니셨는데, 우리나라 상사의 리더십과 미국, 일본, 중국의 리더십, 기업문화를 비교할 때 어떤 차이점을 느끼시나요?
남용: 일본 회사도 손정의 같은 혁신적인 분이 계신가 하면, 굉장히 연세도 많으시고 옛날 성공에 안주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전체를 묶어서 말하기가 힘든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소니는 조직의 통합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소니의 경우 CEO를 외국인으로 데려다 놓고 통합을 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상당히 오래됐음에도 갈등은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일본 평균으로 보면 관리지향적인 기업가정신이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장점은 기업가 정신이 그래도 살아있다는 점 입니다.

미국의 경우 기업가 정신이 강한 기업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 중에 모토로라는 옛날의 성공에 안주하고 변화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중국은 기업가 정신이 매우 강한 것 같습니다. 현재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도 잘 나갔던 기업들이 매번 겪듯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 못 할까 봐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