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 > 뉴스 > 까다로운 인도시장, 성공 vs. 실패 사례

‘제2의 중국’이라고는 하지만 인도 시장은 까다롭다. 교역과 투자와 같은 비즈니스를 인도인과 하거나 인도에서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매우 복잡다양하고 독특한 문화와 관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인도 땅에서 어떤 기업은 성공하고 어떤 기업은 실패한다. 출신 국가나 업종, 진출 주(state)에 상관없이 기업간 실적에 차이가 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성공사례 1. 일본 스즈키: 30년 전 철저한 시장조사로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다
인도 정부는 1980년대 초에 국민차 개발을 통해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고자 했다. 이에 서구 및 일본 자동차사가 대거 투자 제안을 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일본의 소형차 전문 스즈키사가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스즈키는 시장조사를 철저히 한 후 낮은 가격에 연비가 좋은 소형차가 생산돼야 한다고 인도 정부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조사도 하지 않고 중형차를 제안한, 유력한 후보였던 프랑스 르노사와 대비되었다. 1983년에 설립된 마루티스즈키(MarutiSuzki)가 처음 생산했던 인도 국민차 ‘마루티 800’은 오늘날까지도 판매되는 스테디셀러이며, 50% 이상의 시장점유율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스즈키도 30년 가까이 인도에서 합작사를 경영하면서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가장 큰 위기는 1990년대 말 발생했다. 인도정부와 부품의 현지화율 및 경영진 선임과 관련하여 큰 갈등을 겪었고 대규모 노사분규도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자동차가 진출하여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고, 인도의 타타모터스도 승용차 부문에 신규 진입해 최초모델을 출시하였다. 이로 인해 마루티스즈키는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에서 현대자동차와 타타모터스에 각각 20%와 15%를 내주어야 했다. 합작사 운영난에 따라 의사결정이 지연되어 능력확장 투자를 제 때에 하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마루티스즈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최대 강점은 스즈키 본사의 전적인 지원이다. 스즈키는 최근 수년간 인도시장이 연간 30% 이상씩 커지자 생산능력을 연산 100만대에서 170만대까지 확대하는 공격적인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 마루티스즈키는 전국 555개 도시˙타운에 802 개의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고, 1,335개 도시˙타운에 2,740개의 정비망을 갖고 있다. 세 번째는 14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네 번째는 인도정부가 더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인도인들이 마루티스즈키를 ‘인도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소도시나 농촌 지역 판매에서 이점이 되고 있다.

성공사례 2. 한국 현대자동차: 합작 아닌 단독법인으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1997년 인도에 처음 진출하게 된 현대자동차. 과거 인도에 진출한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해보니 합작사의 어려움을 감지할 수 있었고 그래서 100% 단독으로 진출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단독투자가 불허되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초기 4억 달러) 및 높은 부품 현지화율, 수출 조건 등을 내건 협상을 통해 정부를 설득하였다. 이렇게 하여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은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고 여러 전략들을 현대 특유의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가장 큰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소형차’ 부문을 공략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액센트’로 진입하려 하였으나 현지 시장조사 결과 ‘상트로’(한국 브랜드명 아토스)를 출시한 것이 적중하였다. 스즈키의‘마루티 800’보다 차체 크기나 디자인 면에서 우수하여 소비욕구 수준이 높아진 인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이외에도 도로 특성이나 인도인 취향에 맞는 제품의 현지화를 실시하고, 딜러 및 서비스망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307개 딜러망 및 627개 정비망), 스타 마케팅을 하였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공장 증설과 제2 공장 건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60만대로 확장했다. 특히 인도공장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소형차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생산량의 50%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현대자동차는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전세계 유수 자동차사는 모두 인도 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더욱이 대부분 소형차 부문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또한 타타모터스는 세계 최저가 자동차인 ‘나노’를 출시하여 저소득층 부문 공략에 나섰다. 6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매년 2~3개 종의 신차 또는 페이스 리프트(부분 변경)를 내놓을 계획이며, 800cc급 경차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인도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제3 공장을 건설해야 할지 아니면 수출물량을 내수판매로 전환해야 할지 고민 중에 있다. 법인 운영에도 애로가 많다. 특히 근로자 성향이 온화한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에 공장을 건설하고 양호한 임금과 복리후생 수준을 제공해 왔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복수 노조가 결성되고 몇 차례 노사 분규를 겪은 바 있다.

성공사례 3. 삼성과 LG: 과감한 프리미엄 전략 vs. 발로 뛰는 현지화 전략
인도에서 LG와 삼성 등 한국계 가전사의 활약이 대단하다. 소니나 파나소닉 등 일본계 가전사에 비해 진출이 늦었으나 공격적인 제품 현지화 및 마케팅 전략으로 양사는 5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인도 시장이 커지자 양사는 공히 델리 인근 노이다 공장에 이어 제2 공장을 푸네(LG, 2004년)와 첸나이(삼성, 2007년)에 건설하였다.

인도시장을 먼저 노크한 쪽은 삼성전자였다. 1995년에 인도 최대 가전사와 합작(51% 지분으로 경영권은 확보)으로 진출하였으나 갈등을 겪은 후 100% 단독법인으로 전환하였다. 또한 과감하게 브라운관 TV나 단문형 냉장고 등 저부가가치 상품 라인을 없애거나 줄였지만 기대와는 달리 프리미엄 시장이 성장하지 않아 2005년까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와 이런 전략이 빛을 보고 있는데, 휴대폰(시장점유율 20%대로 2위)과 LCD/LED TV(시장점유율 40%로 1위) 등에서 판매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제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매년 50%씩 매출액을 성장시켜 2013년에 100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이다.

삼성전자도 고민은 있다. 고급시장 부문에서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계 가전사들이 재진출하였고, 인도에서 가장 큰 성장잠재력은 7~8억 명의 저소득층이 포진해 있는 중저가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2008년 휴대폰 부문에서 프리미엄 전략에 수정을 가해 20 달러 가격대인 ‘크레스트 구루’를 출시하기도 했다.

한편, LG전자는 1997년에 대규모 투자계획과 부품 현지화율 등으로 인도정부를 설득하여 소니에 이어 두 번째로 단독진출 허가를 받아냈다. 이후 LG전자는 유통망 구축과 시골 구석구석까지 발로 찾아 다니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여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였다. 현재는 주요 가전제품에서 22~35%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LG전자가 인도에서 성공한 최대 요인으로 일관된 현지화 전략을 들 수 있다. 소프트웨어 및 연구개발 센터를 통해 인도 특성에 맞춘 제품 현지화를 실시하고, 현지인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이양하여 주인의식을 갖고 관리하게 하는 경영 현지화를 이루었다.

LG전자는 대중적인 인지도 제고에 치중해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해 왔지만 경쟁이 치열해 짐에 따라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인도 로컬 업체들이 성장하고 있고 중국계 저가 업체들도 진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제3 공장 건설을 통해 부가가치가 큰 프리미엄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방침이며, 이를 통해 2015년에 90억 달러의 매출액을 달성한다는 목표이다.

실패사례 1. 미국 엔론: 지나친 경영 안전 장치가 특혜의 빌미를 주다
미국 엔론(Enron)사는 1992년에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 주정부와 인도 최대 화력발전소(2,015MW)를 건설하기 위한 합작사(Dabhol Power Co., DPC) 설립 계약을 체결하였다. 투자규모는 28억 달러로 사상 최대의 외국인투자 프로젝트였다. 1단계로 9억 2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695MW 발전소 건설을 개시한 이후 주정부 정권이 바뀌면서 DPC는 엄청난 정치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즉, 새로 집권한 인도국민당이 인도국민회의 정권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한 계약을 백지화하였기 때문이다. 부정부패와 지나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이유였다.

이후 엔론은 수익률 등에서 양보하여 중단된 건설을 계속하였고, 1999년에 1단계 발전소를 완공하였다. 그러나 8개월 후 주정부가 발전소 설계사양이 계약과 다르다며 전력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오히려 벌금을 부과하였다. 여기에다 2001년에 미국 본사가 회계부정 스캔들로 파산되자 DPC도 발전소 조업과 2단계 건설 프로젝트를 중지하였다.

이는 인도의 대표적인 정치적 리스크 사례로 손꼽히지만 사실은 인도를 무시하고 과욕을 부린 엔론 쪽에 문제가 더 많았다. 엔론은 처음부터 다음과 같은 지나친 안전장치를 두었다. 1)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대금지급을 보증 2) DPC는 전력생산만 하고 송전은 주전력청이 책임 3) 대금은 미국 달러로 지불하고 환율은 달러당 36 루피로 고정 4) 20년간 발전설비의 운영권을 보장(국유화 조치 불가) 5) 주전력청은 전력수요에 상관없이 생산한 전기의 90% 구입 6) 16%의 세후수익률 보장 7) 영국에서 영국법에 따라 분쟁해결 등이었다. 이러한 무리한 요구는 외국인 착취에 본능적으로 반감이 있는 인도인의 자존심과 감정을 자극했다.

더욱이 인도정부가 심각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발전소 건설을 신속추진(fast track) 프로젝트로 설정하고 수의계약을 할 수 있게 했는데, 이 점이 나중에 부정부패 주장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또한 환경영향평가도 면제받았는데 농민과 NGO 및 정치인들이 이에 크게 반발하였다.

실패사례 2. 대우자동차: 허술한 약속 이행•엄격한 계급제 등 현지 문화 너무 몰랐다
대우자동차는 1994년에 트럭을 생산하던 DCM 도요타를 인수하여 인도에 빠르게 진출하였다. 생산라인을 승용차로 개조하여 1년 만에 중형차인 ‘씨에로’의 조립생산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5년 뒤인 2001년에 조업을 중단하고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엔론과 마찬가지로 본사의 파산이 인도 법인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애초에 인도 진출전략에 문제가 많았다. 첫 번째로 대우자동차는 지나친 선점 욕심으로 철저한 시장 조사와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즉, 마루티스즈키가 소형차 부문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형차로 진입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중형차 수요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예약 판매를 실시하였는데 11만 명이 예약하자 확신을 갖고 설비능력을 10만대 규모로 늘렸다. 그러나 막상 판매가 시작되자 예약자 중에서 1만 여명만 구입했고, 1996년 판매대수가 2만대도 되지 못했다. 예약판매 제도가 생소했던 인도에서 계약을 잘 이행할 것이라는 것은 오판이었다. 일부는 계약을 취소하면서 이자까지 지불할 것을 요구하였다.

두 번째, 대우자동차는 가동률이 12%에 불과하여 높은 고정비 부담을 안게 되자 해결책으로 소형차(마티즈) 도입과 함께 부품의 현지화로 원가를 낮추기 위해 30만대의 대규모 엔진˙트랜스미션 공장(50%는 수출용)을 신설하였다. 이 결과 투자비가 10억 달러에 육박하였다.

세 번째, 인도에서 종업원과 부품업체 관리에서 엄격한 규율이 필요한데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 즉, 대우자동차는 지역 마피아 조직을 통해 종업원을 채용하고 부품업체를 선정하였다(40% 이상 비중).

네 번째, 인도인의 문화와 관행을 무시하였다. 계급구분이 강한 인도에서는 기업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식당을 구분하여 운영한다. 인도에서는 사내식당을 잘 관리만 하면 노사문제의 50%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인데 대우자동차는 이런 관행을 몰랐거나 무시하였다. 더욱이 한국식으로 관리직에게 공장 바닥을 청소하여 솔선수범을 보이도록 했으며 군대식 정신무장 훈련을 받게 하여 큰 반발을 샀다.

시사점
기업들의 성공 및 실패 원인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최근 경영환경의 급변으로 어제의 성공요인이 더 이상 차별화 요인이 안되거나 심지어는 실패요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제품 현지화와 같은 가시적인 경쟁우위는 다른 기업들이 벤치마킹하여 모방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별화 및 경쟁우위를 유지하거나 새롭게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많은 한국기업들은 위와 같은 사례 분석을 접하고도 ‘우리는 다르다’거나 ‘우리는 잘 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을 갖고 인도에 진출했다가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한다. 포스코가 엔론 사례를 몰랐거나 분석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현재 유사한 정치사회적 문제로 인해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인도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먼저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현지 거시 및 미시적 사업환경을 면밀히 분석하여 적합한 진출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또한 진출 이후에도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며 경영 전략들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임정성은…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소 글로벌연구실의 수석연구위원, 월간 <친디아저널>의 편집인으로 근무중이다. 2003년부터 인도를 중점 연구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분야는 인도 진출 및 운영 전략 수립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 델리사무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연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국제경영 전공)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