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큰 활약을 보인 ‘꿈돌이 3차원 조각로봇’을 시작으로 20여 년 동안 로봇 개발에 매진해 온 김문상 박사는 생활서비스 로봇 분야를 대표하는 로봇 전문가다.
노인들의 치매 예방을 위해 두뇌훈련을 이끌어주는 '실벗'은 노인들의 수행능력에 따라 격려도 해주고, 칭찬도 해준다. 영어교사를 자처하는 '잉키'는 정말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을 이끌어준다. 안내&공연 로봇 '메로&페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식사도우미 로봇 ‘시로스’는 식탁 치우기, 칼질하기도 척척이다. 무대를 휘어잡는 키보 역시 그의 작품이다. 그의 로봇들은 우리 생활 속에서 편리한 도구가 되기도 하고, 흥미로운 벗이 되기도 한다.

가장 최근 개발한 ‘로보짱’은ADHD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동을 위한 교육용 로봇으로서, 사람과의 소통이 어려운 자폐아동을 로봇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하면서 행동 개선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올해부터 앞으로 4년간 2차 연구에 돌입하면서 국내는 물론 유럽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상용화를 이끌 계획이다.
김 박사는 특히 이 로보짱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연구해 온 지능 로봇 중에서도 가장 그 역할이 분명하면서 중요한 로봇”이라며, “로보짱이 더욱 인공지능화 되어 자폐아동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해진다면 그 효과가 더욱 극대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에도 여러 가지 분야가 있다. 산업용 로봇은 가장 보편화된 분야라 할 수 있으며, 의료로봇, 군사로봇 등 사용되는 목적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김 박사가 연구를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생활 서비스 분야’이다. 김 박사는 바로 이 ‘생활 서비스 로봇’이 한국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생활 서비스 로봇은 그 기능의 특성상 통신, 인터넷을 포함한 ICT 기술, 전기전자, 기계 등의 후방산업과 긴밀히 연결되어야 하는데, 이들은 한국이 가장 앞선 분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산업용 로봇은 이미 시장이 포화된 상태이고, 의료나 군사 목적의 로봇 분야는 현실적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로봇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술 자체만으로는 얼마든지 앞설 수 있으며, 실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기는 하나, 기술 외의 외부적인 것까지 감안했을 때에는 얘기가 또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생활서비스 로봇도 상용화되어 얼마나 생활에 적극 보급되느냐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일반인들이 생활에서 직접 로봇과 대면한다는 것에 대해 반감 혹은 어색함을 갖고 있는 것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한 마디로 정리한다. “결국 기술은 얼마나 편리하냐,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일반인들도 이에 만족하면 얼마든지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기술에 대한 수용 능력이 성숙해있다”고 전했다.
그는 과학기술 자체가 ‘편리함’을 추구한다고 보고 있다. 불편하니까 개발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기술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할 수는 없다. 그저 ‘편리하기 위한 도구’인 것이다. 그 기술이 오히려 철학적인 문제에 부딪혀 불행을 느끼게 한다고 하지 않으면 다행일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항상 바란다. 과학자로서 ‘내가 개발한 것’을 통해 사람들이 감동받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로봇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며 많은 재원이 투자되고 있지만, 산업 분야에서의 체감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원천기술의 부족, 인공지능기술의 진전된 구현 여부, 로봇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 등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김 박사는 로봇과 연결된 산업 생태계의 최근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로봇은 특성상 매우 패셔너블(fashionable)한 아이템이며 주기가 짧은 것이 특성”이라며, “현 시점에서 로봇산업은 사실상 로봇이라는 하드웨어보다 그것을 움직이는 정보생태계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로봇은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정보 생태계의 흐름에 뒤따라가는 형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이제 IT 분야의 가장 큰 화두가 ‘로봇’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로봇은 그 자체로 융합이며, ICT, 서비스, 기계 등 더 많은 요소가 융합될수록 로봇의 영역은 확장될 것이다. 문제는 융합의 중심에 ‘로봇’이 설 수 있느냐이다. 지금은 그 중심에 스마트폰이 있다. 로봇이 융합의 주체가 될 때 비로소 진정한 로봇 시대가 될 것이며, 이미 시장은 움직이고 있다.”